“일자리 750만개 증발”…트럼프 정부 국제원조기구 해체에 민간기업 직격탄

USAID 직원 1만명 중 290명만 남길 계획

브루킹스연구소 “연방정부와 직접 연결된 일자리만 750만개 이상”

“공무원보다 비영리 단체 직원들 피해 더 클 것”

각 주별 이미 구조조정 단행…“미국 노동시장 위협 초읽기”

대외 원조 전담 기구인 미국 국제개발처(USAID)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 원조 전담 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의 해체를 단행함에 따라 USAID와 계약을 맺은 민간 기업 및 비영리 단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USAID 해체 여파로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으면서 일부 기업과 단체는 이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경제학자들은 USAID의 해체에 따른 구조조정 영향으로 향후 몇 주 안에 심각한 일자리 감소가 나타나고 이는 노동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엣빌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계약직 직원들을 비롯해 웨스트버지니아주 독립 생활 시설 종사자들이 해고됐다. 메인주의 경우 연방 자금 지원이 지연되고 있으며 버지니아주의 지역 보건 센터의 직원들은 휴직 상태라고 WP는 전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75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연방 정부와 직접 연결된 일자리에서 계약직 또는 보조금 근로자로 일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실직 상태다. 연방 자금 지원 지연과 간접적으로 관련된 직책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수백만명이 될 것이라고 브루킹스연구소는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USAID에 대한 대수술을 착수한 상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지출 감축 등의 이유로 국제개발처(USAID)의 전체 1만여명의 직원 중 290명만 남길 계획이라고 USAID 지도부와의 이날 통화에서 밝혔다고 전했다.

USAID 직원으로 남게 되는 인원 290명은 보건과 인도 지원에 특화된 인력이다. 지역별로는 아프리카에 12명, 아시아에는 9명이 남게 되며 외국 현지의 인력도 일부 잔류할 수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백악관은 지난 5일 연방 공무원 230만명 중 자발적 퇴사를 신청한 직원은 4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충분한 인력이 자발적으로 퇴사하지 않으면 추가 해고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다만 정부의 자발적 퇴사 추진에 대한 적법성 논란에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연방법원이 오는 10일까지 정부의 자발적 퇴사 절차 이행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6일 마감 예정이던 자발적 퇴사 신청 기한도 연장됐다. 자발적 퇴사 신청자는 오는 9월30일까지 일하지 않아도 급여와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국제개발처(USAID) 본사 앞에서 직원들이 배너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로이터]

정부와 계약을 맺은 민간 업체들을 중심으로 기존 사업을 접고 직원들을 해고하는 사태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국제 개발 회사인 케모닉스 인터내셔널은 정부의 USAID 자금 지원 프로젝트에 대한 ‘작업 중지 명령’으로 600명 이상의 미국인 근로자를 해고하고 300명의 직원을 추가로 해고했다.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위치한 다이 글로벌은 전체 인력의 약 70%를 차지하는 약 4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경제학자들은 계약업체나 중소기업의 최근 일자리 감소세가 향후 한두 달 내에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짚었다. 이 같은 감소세에서 국제 개발이나 환경 및 기후 관련 직책의 종사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잡서치 사이트 집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방 근로자들은 자발적 퇴사 시 9월까지의 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정부 자금에 의존하는 민간 부문 및 비영리 단체 근로자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폴락은 “민간 부문 계약업체들이 아마도 가장 빠른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이러한 일자리는 행정 및 프로그램 업무, 정보 관리에 상당히 집중돼 있으며, 해당 분야에서 실업률과 임금 하락이 실제로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부 예산 삭감, 관세 부과,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이 경제 상황을 빠르게 바꿀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지타운 대학교 교수이자 전 노동부 수석 경제학자인 해리 홀저는 “예산이 이렇게 빨리 소진되는 것은 정부와 계약을 맺은 기관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신호”라며 “이로 인해 보건 관련 연구가 보류되고, 수백만명의 직원들이 자신의 일자리에 대해 위협을 느끼게 된다”고 진단했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 지역 분석 센터의 테리 클로우 소장은 “연방 정부 일자리 5개가 사라질 때마다 전국적으로 두 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사라질 수 있다”면서 “대학 연구실의 연구자가 자금을 잃으면 일자리를 잃고 가계 지출이 줄게 되며, 이는 경제 전반의 다른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바이든 행정부가 할당한 친환경 에너지 예산을 관련 기관에 지원하는 것을 중단하도록 하는 등 수십건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며 “90일간의 검토 기간을 거쳐 예산을 복원할 수도 있지만, 미래 불확실성으로 일부 중소기업을 괴롭히기엔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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