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단독주택 감소·공공부문 아파트 공급 증가
“2030년 넘으면 아파트 비중 70% 이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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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의 모 아파트 사진.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저출생과 고령화 속에서도 한국의 아파트 비중은 70%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파트 공급은 증가하지만 수도권·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로 인한 주택 철거가 발생하며 ‘아파트 중심’의 거주 형태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금융연구원은 최근 ‘인구-주택-도시 변화를 고려한 주택시장 구조변화 장기 전망 연구(2024)’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아파트 비중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배경은 인구·주택·도시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인구 감소 속 공공부문의 대규모 공급 및 노후아파트의 누증과 더불어 아파트가 한국 주택시장의 지배적인 주택유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아파트 비중은 2023년 기준 64.6% 수준이다. 보고서는 향후 약 100만~130만호 이상의 물량이 공급되며 장기적으로 이 비중이 70% 내외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단 이 전망은 멸실 및 빈집의 증가,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인한 재고주택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전제에서다.
전체 주택 중 아파트의 비중은 2000년 47.7% 수준이었으나 이후 2010년 59%, 2020년 63%로 꾸준히 상승하며 대중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다. 반면 단독주택의 경우 2000년 37.1%에서 꾸준히 감소해 2030년 이후에는 10~15%로 낮아질 전망이다.
해당 보고서는 “생산가능인구가 향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매매수요에 대응하는 공공분양주택보다 임차 수요에 대응하는 공공임대주택 중심의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며 “공공부문에서만 연평균 10만호 내외의 물량이 착공 및 공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아파트 비중의 증가는 장기적으로는 노후 대단지 아파트의 광범위한 확산이라는 또 다른 도시적 문제와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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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의 한 아파트 단지. 박대성 기자 |
이 같은 예측은 인구 감소와도 연결돼 있다. 보고서는 “2020~2030년 동안 매년 지방 중소도시 1개 수준인 10~20만명 내외의 인구가 줄어든다”면서 “주택구매력이 약한 고령 1인 가구 중심의 급격한 증가가 주택시장의 수요를 위축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1인 가구의 주택구입 의향과 자가 점유율은 2~4인 가구 대비 낮은 편이다. 보고서는 “실제로 이들의 주택구입 의향은 2019년 49.1%에서 2021년 47%로 더 줄었다”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인구 감소를 겪는 지방에서는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한 주택 철거물량 증가가 예상된다. 이는 기존 주택총량을 감소시키며 전국의 아파트 비중 증가를 심화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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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완공돼 현재도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유니테 다비타시옹. [위키피디아] |
또 다른 문제는 정비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노후 아파트 단지의 급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한국에서도 70년이 지나도 사람이 거주하는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아파트 같은 사례가 나올 수 있다”면서 “서울과 지방-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인프라가 집중된 곳을 향한 인구 집중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향후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나면서 확대 재건축 방식이 아니라 유지·축소의 재건축, 지역에 따라 전면 철거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에서는 세대 수 축소 재건축이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1969년 건설된 3326세대의 노후 단지인 도쿄도 고토구의 다츠미 잇초메 도영 맨션은 인구 감소 양상을 고려해 2960세대로 축소한 재건축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의 지방 아파트 단지들은 빈집 문제가 심각해 지면서 공실이 된 곳들을 철거하는 행정집행을 확대 및 적용하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는 “향후 수도권 일부 및 지방에서는 분담금 증가 등 노후 아파트단지의 재개발·재건축 진행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정주여건의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시도가 필요하다”면서 “정주여건 상향과 일자리 유치에 성공하는 지역은 경쟁력을 회복해 인구유입이 가능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