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우상향했으나 목표는 미달
대규모 주주환원 계획 발표에도
일부 주가 급락 등 시장은 미온적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의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환율 등이 표시돼 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지난해 말 환율이 급등하면서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가 재무 건전성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 여력 축소에도 연간 합산 순이익이 16조원을 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대규모 주주환원을 약속했지만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친 모양새다. 일부 지주의 주가가 급락했고 증권가에서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줄이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작년 12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3.51%를 기록했다. 이는 9월 말 13.84% 대비 33bp(1bp=0.0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는 13.17%에서 13.03%로, 하나금융지주는 13.17%에서 13.13%로 각각 떨어졌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3개월 전(11.95%)보다 13bp 상승한 12.08%를 기록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2%대로 다시 올라섰지만 12.2% 이상 달성이라는 연간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CET1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으로 가장 안전한 자본이 리스크(위험)에 비해 얼마나 충분한지를 보여준다. 비율이 높을수록 위기 상황에서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크다는 의미다.
국제결제은행(BIS)은 8% 이상을, 국내 금융당국은 12% 이상을 권고하고 있으나 금융지주는 그보다 높은 13% 이상을 목표로 CET1비율을 관리하고 있다. 각 지주가 13% 초과분을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금융권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과도 직결되는 지표로도 여겨진다.
지난해 말 주요 금융지주의 CET1비율이 대체로 하락한 이유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대내적으로는 비상계엄·탄핵 정국 등의 영향으로 급격히 올랐는데, 환율이 상승하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늘고 이는 외화 RWA 확대로 이어져 CET1비율을 낮춘다.
통상 은행의 CET1비율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1~3bp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4분기 환율이 주간거래 종가를 기준으로 9월 30일 1307.8원에서 12월 30일 1472.5원으로 160원 이상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CET1비율을 많게는 48bp 떨어뜨리는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우리금융은 지난 7일 실적 발표에서 작년 4분기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약 40bp의 CET1비율 감소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물론 각 지주가 자본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CET1비율 급락을 어느 정도는 방어했다. 우리금융은 지표가 개선됐고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14bp, 4bp 떨어지는 데 그쳤다. KB금융의 경우 낙폭은 컸지만 절대 수치로는 13% 중반대를 기록하며 업계 1위 자리를 사수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은 “지난해 환율 상승에도 그룹 차원의 전사적 RWA 관리 노력과 수익성 중심의 자산 성장 전략이 더해진 결과”라고 평가했고 신한금융도 “연말 환율 변동성 확대에도 적정 RWA 관리를 통해 안정적 수준의 자본비율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400원대 중후반을 오가고 있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돼 향후 CET1비율이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금융지주가 올해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사진은 국내 4대 금융지주 본사 모습 [각 사 제공] |
CET1비율로만 보면 배당 여력이 줄었지만 금융지주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예년보다 확대된 주주환원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각 지주가 역대 최대 수준의 순이익을 거둔 덕분이다.
각 사 발표에 따르면 KB금융은 올해 5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총 1조7600억원을 주주환원 하겠다고 밝혔고, 신한금융은 지난달 1500억원어치 자사주 취득을 포함해 올해 6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에 나서는 등 1조7500억원을 주주환원에 쓰기로 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각각 4000억원, 1500억원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하나금융의 자사주 취득 규모는 그룹 출범 이후 최대이며 우리금융도 지난해보다 약 10%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러한 주주환원 계획 발표에도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지난해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주가가 크게 상승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높아진 주주환원의 눈높이를 충족하진 못한 모양새다.
KB금융의 주가는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 6일 6.7% 하락했고 이날 하루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752억원 순매도했다. 신한지주 역시 실적 발표 이튿날인 지난 7일 주가가 1.5% 빠졌다.
증권가는 주주환원책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KB금융에 대해 “높아진 시장 기대치에 비해 CET1비율 수준과 자사주 규모는 다소 아쉬웠다”면서 “CET1 상향 관리 노력의 절실함이 다른 은행보다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