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최초 전 종목 금메달
밀라노 동계올림픽 3연패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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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이 지난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밝은 표정으로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 |
‘주니어 괴물’에서 쇼트트랙 여왕으로, 이제 다시 리빙 레전드로….
‘겨울 여제’ 최민정(27·성남시청)이 1년 만의 복귀 신고식을 화려하게 마쳤다. 자신의 강점에 새로운 경쟁무기까지 장착해 실력을 더욱 업그레이드했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기로 유명한 최민정이지만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이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여자 선수 최초로 3관왕을 차지하며 새 역사를 썼다.
최민정은 지난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끝난 쇼트트랙 경기에서 500m와 1000m, 혼성 2000m 계주에서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화려한 복귀 무대였다. 2018 평창과 2022 베이징, 여자 1500m 동계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최민정은 2023년 세계선수권이 끝난 후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소속팀에서 개인 훈련에 전념했고 스케이트 날을 교체하는 등 휴식과 재정비의 시간을 보냈다. 밀라노 동계올림픽을 대비한 재충전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쇼트트랙의 세계 흐름이 빠르게 변하는 추세인 데다 김길리 등 2000년대생 신흥 강자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최강자라고 해도 1년 간의 실전 공백은 경기감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였다.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우려섞인 시선이 나왔던 이유다.
하지만 최민정은 올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며 여왕의 귀환을 알렸다. 더욱 강해진 ‘괴물’이 되어 돌아왔다.
취약 종목이었던 500m에서 따낸 첫 금메달이 그 결과다. 이 종목은 아시아에서도 번번이 중국에 밀렸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여자 500m 최고 성적은 1999년 강원 대회에서 최민경이 따낸 은메달이었다.
최민정은 단거리 종목에 초점을 맞춰 근육량을 늘리고 스타트 훈련에 집중했다. 그 결과 결승에서 압도적인 스타트와 레이스 운영으로 단 한번도 1위를 내주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길리가 막판 추월을 노렸으나 최민정은 인코스를 끝까지 사수했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아웃코스로 폭발적으로 질주하며 경쟁자의 혼을 빼는 특유의 강점도 변함 없었다.
전이경-진선유로 이어지는 여자 쇼트트랙 ‘괴물’ 계보를 잇는 최민정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 500m 한국 최초 우승 외에도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전관왕,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최초 3관왕, 동계아시안게임 네 차례 경신 등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1500m와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낸 최민정은 이번 대회에서 나머지 종목에서 금메달 컬렉션을 완성했다. 또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가 단일 대회 금메달 3개를 딴 건 김기훈(1990년), 채지훈(1996년), 안현수(2003년) 이후 22년 만이다. 여자로는 최민정이 최초다.
최민정은 이번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기록을 네 차례나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 8일 여자 500m 예선에서 43초321의 기록으로 판커신(중국)이 2017 삿포로 대회에서 세웠던 아시안게임 기록(43초371)을 8년 만에 새로 썼다. 이후 결승에서 42초885로 기록을 더 줄였다. 지난 9일에는 여자 1000m 준결승에서 1분29초835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해 심석희가 2017 삿포로 대회 때 세운 이 종목 아시안게임 기록(1분30초376)을 깼다. 곧 이어 여자 1000m 결승에서 1분29초637의 아시안게임 기록을 다시 썼다.
스스로도 “경쟁자는 나 자신뿐”이라며 담금질을 쉬지 않는 최민정의 다음 목표는 밀라노 동계올림픽이다. 주종목 1500m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의 대기록에 도전한다. 또 새로운 경쟁무기로 장착한 500m에서도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종전 500m 메달은 전이경(1998년)과 박승희(2014년)의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최민정은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 못했는데 정말 기쁘다. 특히 500m와 1000m에서 금메달을 따게 돼 의미가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최민정은 이어 “이번 대회도 사실 밀라노 동계올림픽을 향한 과정이다. 이제 밀라노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걸 느낀다”며 “밀라노까지 계획한 것들을 차근차근 이루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조범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