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별 빚투 규모·올해 빚투 증가액 모두 三電 1위
‘저평가’ 三電 PBR 1배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악재 주가 선반영…·사법 리스크 해소·밸류업 가속도”
트럼프發 美·中 관세 전쟁 심화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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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 신동윤 기자 정리]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에 대한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1조원 규모에 육박하면서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권가에선 모든 악재를 반영한 현재의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삼전개미(삼성전자 투자 소액 개인 투자자)’들도 주가 반등에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10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잔고 금액은 9888억원으로 지난해 11월 19일(1조원) 이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첫 거래일이던 지난달 2일 종가 기준 8975억원 수준이던 삼성전자 빚투 규모는 약 한 달 만인 지난 5일까지 913억원이나 늘어났다. 해당 기간 코스피 종목 가운데 빚투 규모가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2위 SKC(417억원)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빚투 규모는 올해 첫 거래일(5만3200원)부터 주당 5만7300원으로 ‘연중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달 8일까지 378억원이 줄었다.
하지만, 다음 날인 1월 9일부터 지난 5일까지는 신용잔고 금액이 1293억원이나 늘었다. 지난 3일 삼성전자 주가가 종가 기준 5만1000원으로 연저점을 찍은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빚투를 통해서라도 주가 반등에 따른 차익 실현을 노리고 순매수에 나선 것이다. 이 기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용 반도체 부문 경쟁력에 대한 의문 부호가 짙어진 가운데, 삼성전자 주가엔 중국 AI 개발업체 딥시크의 등장에 따른 충격과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 등의 악재가 잇따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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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거래일(6·7일)간 삼성전자 신용잔고 금액은 431억원 줄어든 9456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 선에선 다소 멀어졌다. 하지만, 종목별 신용잔고 금액 현황에선 2위 셀트리온(3909억원)과 3위 SK하이닉스(3058억원)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선두를 달렸다. 연초 대비 종목별 신용잔고 증가액 역시도 481억원으로 2위 한화오션(393억원), 3위 SKC(392억원) 등과 거리를 좁혀졌지만 1위를 고수했다.
빚투 규모에서도 볼 수 있듯 연초 들어 삼성전자를 향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는 뜨겁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 1조436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피 종목별 개인 투자자 순매수액 1위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2위 현대차(3375억원)의 4.26배와 3위 HD현대미포(2654억원)의 5.41배에 달할 정도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가 2조1156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하며 가장 많이 판 종목으로 기록된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3일 49.99%로 50%벽이 깨진 위 지난 7일(49.93%)까지도 50% 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원픽(최선호주)’은 1조725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SK하이닉스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간 것도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에 영향을 미치며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역사적 ‘저평가’ 상황에 놓인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저가 매수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가 연중 최저점을 찍었던 지난 3일 삼성전자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8배로 종가 기준 4만9900원으로 ‘5만전자(삼성전자 주가 5만원대)’가 붕괴했던 지난해 11월 14일 이후 3개월 만에 처음 1배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날 주가수익비율(PER)도 23.93배로 지난해 11월 13일(23.74배) 이후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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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삼성전자 뉴스룸] |
올해 1분기가 삼성전자의 실적 저점이 될 것으로 보는 증권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점도 삼전개미의 투심에 불을 지피는 요인으로 꼽힌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는 모바일 신제품 효과로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선전이 예상되지만, 통상적인 비수기에 더해 HBM의 공백기로 연간 실적이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면서도 “주가 회복 속도는 현재 진행되는 선단공정 개발과 파운드리 수율 개선 작업, HBM 경쟁력 확보 같은 기술 경쟁력 회복과 동행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현재 장부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삼성전자 주가는 노이즈를 대부분 반영한 것”이라며 “주가 하락에 대한 걱정보다는 주가 반등 조건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사건 1·2심에서 잇달아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에서 사실상 벗어난 점도 주가엔 호재란 분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10년간(2016~2025년) 지속된 최고 경영자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다”며 “2019년 이후 미등기임원인 이재용 회장은 올해 3월 주총에서 등기이사 복귀로 책임경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 중심의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10조원 규모 자사주 외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외에도 ▷대형 인수합병(M&A) 빅딜 ▷글로벌 업체와 AI 분야 합작법인(JV) 설립 등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 중 미·중 정면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는 점은 향후 삼성전자 주가 향방에 변동성을 가중할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HBM 매출 일부를 중국이 담당하고 있어 미국의 중국 제재 영향도 피해 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중국 고객사에 삼성전자의 HBM이 탑재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미국의 중국 제재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1분기 HBM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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