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왕비만 있는 줄?” 산토끼·온천·국밥…창녕의 다채로운 매력[함영훈의 멋·맛·쉼]

세계유산·우포늪에 영산 만년교 신상도
오일장은 관광공사 ‘2월 가볼 곳’ 추천


산토끼 노래동산[한국관광공사 제공]


세계유산 창녕 교동·송현동 가야고분군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경남 창녕은 진흥왕비(碑)부터 생각나는 역사 도시다. 실제로 창녕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야고분군, 신라, 조선 등 여러 시대 문화유산과 청정 생태, 건강 온천을 겸비한 도시이다.

가야고분군, 척경비, 석빙고, 창녕전통시장, 경남꽃식물원, 창녕문화공원, 명덕수변생태공원, 창녕박물관에 이르는 8㎞ 코스는 인문-자연을 겸비한 창녕 핵심 코스로 ‘신라진흥왕행차 걷기여행길’이라 부른다.

겨울엔 포근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우포늪, 30년 전 럭셔리 휴양의 대명사였고 최근엔 다시 부활의 몸짓을 보이는 부곡온천, 화왕산, 남지 개비리길 등 많은 건강 힐링 여행지 사이사이로, 근엄한 교동·송현동·계성 가야고분군(세계유산), 명랑한 산토끼 노래동산, 우포잠자리나라 등이 포진해있다.

수구레국밥


한국관광공사 추천 2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된 창녕 나들이를 떠나본다. 수구레국밥으로 유명한 창녕전통시장 주변에 창녕향교, 석빙고, 신라 진흥왕 척경비, 술정리동삼층석탑 등이 몰려있다.

시장 입구에 커다란 고분처럼 보이는 것은 지난 1742년 만들어진 석빙고(보물)이다. 이곳에서 걸어서 7~8분 가면 창녕향교가 있다. 작지만, 동재·서재·대성전·동무·서무·제례 공간 등 문묘 성균관처럼 갖출 것은 다 갖췄다.

창녕전통시장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영산면의 홍예다리(무지개 모양 둥근 다리), ‘영산 만년교’는 아름다운 자태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봄철 나만 간직하고픈 수양벚꽃 명소이다.

우포늪 근처에 자리한 창녕생태곤충원은 우포늪에 서식하는 잠자리와 곤충을 테마로 한 곤충체험학습관이다. 잠자리 유충부터 연가시, 물방개를 직접 만져보고, 멸종위기 곤충인 두점박이사슴벌레를 나뭇가지에 올려 관찰한다.

상인들이 벼랑 끝에서 아슬아슬 통과하던 남지 개비리길


산토끼노래동산은 어린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불러봤던 동요 ‘산토끼’를 주제로 한 체험공간이다. 산토끼는 1928년 고(故) 이일래 선생이 창녕 이방초등학교에 재직하면서 작사, 작곡한 노래이다. 토끼마을, 토끼동굴, 토끼먹이체험장, 산토끼동요관, 작은동물원, 레일썰매 등 재미있는 공간들로 가득하다. 어디서나 울려 퍼지는 동요는 어른, 아이 모두를 동심으로 데려다준다.

부곡온천은 창녕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동국여지승람과 동국통감에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온천이다. 국내 온천 중 최고의 수온인 78℃를 자랑한다.

1981년 관광특구로 지정돼 호텔, 콘도, 온천 분수대 등 다양한 휴양 시설과 온천장이 들어서 있다. 한울공원은 주말마다 족욕체험장을 운영한다. 뜨거운 온천수에 발을 담그면 온몸의 피로가 말랑하게 풀린다.

부곡온천마을의 봄


창녕전통시장은 1900년대 보부상들이 집결했던 경남 상권의 허브였다. 1980년에 상설시장이 들어서면서 오일장과 상설시장이 함께 하는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오일장이 크게 서는 끝자리 3, 8일에는 새벽부터 상인, 주민, 여행객들이 몰려든다. 창녕축협에서부터 교하교 너머까지 길게 장이 서고, 북적거리는 모습은 서울 강남역 사거리를 방불케 한다.

창녕에 오면 마늘을 챙겨야 한다. 마늘답게 알싸하고, 또 마늘답지 않게 달다. 맥도날드가 창녕마늘로 버거를 출시한 것도 창녕 마늘의 이런 특성 때문이다.

창녕은 우리나라 처음으로 양파를 재배한 양파 시배지로도 유명하다. 1909년 창녕 대지면 석리의 성찬영 선생이 양파 재배에 성공했다. 그 후 그의 손자인 성재경 선생이 6·25 전쟁 후 양파 보급에 힘쓰면서 가난한 농민들의 소득을 올려놓았다.

꽃샘 추위와 밀당하는 이른 봄에도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 간절하다. 창녕전통시장은 수구레국밥으로 유명하다. KBS ‘1박2일’에 방송인 이수근씨가 수구레국밥 먹는 장면이 나오면서 창녕의 명물로 떠올랐다.

수구레는 소가죽과 고기 사이에 있는 아교질 부위로 소 한 마리에 2㎏ 정도만 나온다. 창녕 사람들처럼 말하고 싶다면 ‘소구레’라고 부르면 된다.

수구레국밥 가게마다 뜨거운 김이 펄펄 나는 커다란 가마솥이 손님을 유혹한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뚝배기가 상에 놓이는 순간 입에 침이 고인다.

창녕향교


한국관광공사 의뢰로 창녕을 답사한 유은영 작가는 당일여행 코스로 ‘창녕전통시장→석빙고→창녕향교→만년교→부곡온천’를, 1박2일 코스로 ‘첫날:창녕전통시장→석빙고→창녕향교→만년교→부곡온천, 둘째 날:우포늪→창녕생태곤충원→산토끼노래동산’을 추천했다.

생활의 달인에 전통시장 꽈배기 달인으로 출연했다는 꽈배기 집도 인기이다. 통통한 꽈배기 외에 쫀득한 찹쌀도넛도 있다. 꽈배기는 최근 한 글로벌 조사에서 세계 디저트 수 천가지 중 4위에 올랐다.

국화빵, 어묵, 쑥떡, 순대, ‘6시 내고향’에 나왔던 찹쌀호떡 등 먹거리의 유혹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유혹을 모두 받아내려면, 창녕 매력을 더 많이 보고 에너지를 소진하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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