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만원 제시 어퍼니티와 협의 주목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인 사모펀드 어펄마캐피털(이하 어펄마)과 ‘반값 지분 매입’에 합의했다. 애초 어펄마가 제시했던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신 회장이 교보생명 지분을 사들이면서 7년간 이끈 분쟁이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다투고 있는 또 다른 FI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이하 어퍼니티)과의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갈등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 회장은 어펄마의 교보생명 지분 5.33%를 주당 19만8000원(액면분할 전 기준)에 매수하는 데 성공했다. 신 회장과 어펄마가 최근 주당 가격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합의하면서 2018년부터 지속된 양측 간 분쟁이 일단락됐다. 어펄마는 2007년 교보생명 지분을 사들이면서 FI로 참여했다. 당시 2012년 말까지 교보생명이 상장하지 못하면 어펄마가 신 회장에게 지분을 팔 수 있다는 내용의 풋옵션 계약도 맺었다.
교보생명이 상장이 좌초되자 어펄마는 2018년 11월 신 회장을 상대로 주당 39만7900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신 회장은 이에 맞서 가격이 너무 부풀려졌다며 거부했고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재판부에 국제중재를 신청한 바 있다. 그러다 이번 극적 타결로 양측 간 중재도 취하될 것으로 금융권은 전망하고 있다.
신 회장은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각각 1000억원씩 총 2000억원을 조달해 어펄마의 투자금을 상환하기로 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신 회장과 어퍼니티 컨소시엄(어피니티·IMM프라이빗에쿼티·EQT파트너스·싱가포르투자청) 간 풋옵션 분쟁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어펄마와의 합의 결과가 어퍼니티와의 갈등에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12년 어피니티는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하면서 신 회장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어퍼니티 역시 교보생명 상장 불발에 2018년 주당 41만원 가격으로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 역시 양측 분쟁으로 국제중재재판부까지 이어진 가운데, 최근 신 회장이 감정평가인을 선임해 풋옵션 가격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신 회장 측은 EY한영을 선임했고, 새로운 가격을 제시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현재 EY한영에서 새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어퍼니티 측 제시 가격과 10% 이상 가격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럴 경우 제3의 외부 평가기관이 가격을 재산정하게 된다.
이 같은 시점에 어펄마가 애초 제시한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지분 매각가를 낮추면서 어퍼니티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유사한 풋옵션 분쟁을 이끌던 FI가 엑시트(자금 회수)하는 결과를 보면서 어퍼니티가 향후 가격 선정에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