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협상기조 속 글로벌 ‘전선확대’ 우려

美 ‘中 보복관세 큰 타격 없다’ 판단 무반응
트럼프, 상호관세 카드…中 공동대응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10% 보편 관세에 중국이 보복 관세로 맞대응했지만 미국은 일단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간의 통화가 아직 진행되지 않은 가운데, 양국은 협상 의지를 명시적으로 밝히면서도 ‘확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보복이 현실화하면서 글로벌 양대 경제 대국 간 무역 전쟁이 본격화했지만 백악관을 비롯한 미국 측의 특별한 반응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우선 중국 측의 보복 조치가 충분히 예견된 것이고 미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관세가 발효된 지난 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중국의 보복 조처에 대해 “괜찮다(That‘s fine)”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미중 교역 구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아직 미중 양국의 무역전쟁이 제한적 수준이라는 점에서 대화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양국이 서로 관세 인상을 주고받으면 미국은 기업·소비자 부담 증가를 감내해야 하고 글로벌 패권국이 국제 무역 질서를 앞장서서 훼손하며 각국에 피해를 준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시절 무역전쟁 1라운드에서 경제성장률이 크게 꺾였던 중국은 또 다시 최대 수출처인 미국으로의 수출길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수와 부동산시장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최근 경제 구조에서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고민도 있다.

중국 웨카이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관세를 10% 인상하면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GDP)이 0.3%포인트 낮아지고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대로 관세율이 60%로 높아지면 중국 성장률이 1.4%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양국은 일단 협상 의지를 공식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 하루 전인 지난 3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마 24시간 내로 대화할 것”이라고 밝혀 톱다운(하향식) 방식에 의한 타결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그는 하루 만에 “(시 주석과 통화를) 서두르지 않겠다. 적절할 때 이뤄질 것”이라며 자신의 말을 번복했지만 대화 자체를 거부한 상황은 아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 관세 카드를 꺼내며 ‘전선 확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중국도 역시 협상 기조를 표명하면서도 관세 인상 국면 장기화와 글로벌 전선 확대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 인상 30일 유예 조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관련 국가’들과 함께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도전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담판’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주의적 성향과 세부 의제부터 설정한 뒤 고위급 교류를 해온 중국의 외교 방식에 차이가 있고, 중국이 미국 새 행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를 파악하는 데 일정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은 내달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거시적 경제 목표를 확정할 예정인 만큼 내부적으로 전략을 수렴한 뒤 양국 정상을 비롯한 고위급 소통에 나서려 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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