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트럼프에 발등?…비트코인, ‘관세전쟁 풀악셀’에 9.4만弗대까지 ‘뚝’ [투자360]

[AP, 신동윤 기자 정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글로벌 관세 전쟁에 대한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대장주’ 비트코인을 비롯해 주요 가상자산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 부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고조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읽힌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중계앱 코인마켓캡에서 오전 7시 31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0.93% 하락한 9만5680.70달러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오전 6시 53분께 9만4786.55달러로 9만5000달러 선이 잠시 붕괴되기도 했다.

시총 상위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더리움은 24시간 전보다 1.82% 떨어진 2589.91달러에 거래 중이며, 리플(XRP, -2.81%), 솔라나(-1.46%), 도지코인(-3.32%), 카르다노(-5.54%) 등도 가격이 내려 앉았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투심은 글로벌 관세전쟁이 확전되는 모습에 급격히 식었다.

앞서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 중국 10% 보편 관세 인상에 맞서 10일 0시(베이징 현지시간)부터 보복 관세 부과를 개시, ‘무역전쟁 2라운드’가 본격화됐다.

앞서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문제에 대한 중국의 대응 부족 등을 이유로 지난 4일 오전 0시(미국 동부 시간)를 기해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하자 즉각 맞대응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산 석탄·액화천연가스(LNG)에는 15% 관세, 원유·농기계·대형차·픽업트럭에는 10% 관세를 더 물리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같은 날 구글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와 텅스텐 및 텔루륨 등 광물 수출 통제, 캘빈클라인의 모회사인 패션기업 PVH 그룹과 생명공학업체 일루미나 제재 같은 다른 다수의 보복 조치도 함께 꺼내 들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서둘러 통화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기업 경영자 마인드로 움직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단기간 내 관세 문제 합의를 바라고 있지만,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세부 의제를 먼저 정리하지 않고 고위급 통화를 진행하는 데 신중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국이 협상하겠다는 의사만큼은 분명히 밝혀왔고,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한 만큼 언제 어떤 형태로든 합의점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에는 무역전쟁 개시 18개월 만인 2020년 1월 양국이 이른바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하면서 갈등이 봉합된 적이 있다.

이미 예상됐던 미중 관세 전쟁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화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하겠다고 한 소식은 가상자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이 열리는 뉴올리언스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으로 들어오는 어느 철강이든 25%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다. 알루미늄도 그렇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에 25% 관세를,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당시 한국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수용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새로 발표하는 관세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기존 관세에 추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오는 11일이나 12일에 상호관세를 발표할 계획이며 상호관세는 거의 즉시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우리에게 130%(관세)를 부과하는데 우리가 아무것도 부과하지 않는다면 그런 상황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비트겟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 라이언 리는 중국의 관세 결정이 비트코인과 같은 위험 자산에 추가적인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긴장이 고조되면 기존 시장이 약세를 보일 수 있어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광범위한 시장 매도세는 단기 조정을 초래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비트코인이 9만 달러 아래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관세로 인플레이션과 금리정책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 연준 주요 인사들도 지난달 금리 인하 사이클을 중단하고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확실한 신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오는 12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향방에 따라 금리 인하 방향성과, 이에 따른 가상자산 가격의 흐름에 대해 전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여론 조사에 따르면 1월 보고서는 월간 기준으로 CPI가 0.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몇몇 월가 분석가들은 1월은 전통적으로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CPI를 예측하기가 더 어려운 시기이므로 데이터가 발표되면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B. 라일리 웰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아트 호건은 “우리는 확실히 (CPI가) 다시 가열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이는 연준 기준금리가 지금 예상하는 것보다 더 오래 유지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이 3월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보고 있으며, 연말까지 약 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 채권 전략가인 로렌스 길럼은 논평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 관세 위협이 시장 변동성을 되살렸다”며 “11일과 12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의회 증언을 하면 금리 전망이 더 명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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