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고준위·해풍법 통과 유력
‘R&D 인력 주 52시간 예외’ 이견
여야정 국정협의체 첫 회의서 결판
여야가 오는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위를 열고 ‘미래먹거리 4법’을 심사한다. 4법은 반도체 특별법과 ‘에너지 3법’으로 불리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 해상풍력 발전 특별법이다. 이번 소위 결과에 따라 4법의 2월 임시국회 처리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정치권의 시선은 소위에 앞서 이번주 열릴 것으로 보이는 여야정 국정협의체에 쏠려 있다. 여야가 처리 공감대를 형성한 에너지 3법과 달리, 반도체 특별법은 ‘주 52시간 근무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국정협의체에서 마주앉을 양당 대표의 결단에 법안의 운명이 달렸다는 것이다.
1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17일 산자위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에서 여야는 에너지 3법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산자위 야당 간사이자 소위 위원장인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지에 “반도체 특별법을 뺀 나머지 3법이라도 처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앞서 여야 이견이 존재하는 반도체 특별법과 별개로 에너지 3법을 우선 처리할 것을 주장해 왔다.
전력망법은 전력망 구축사업의 단계별 속도를 단축하고 인·허가, 보상·지원 등 각 단계에서 국가 차원의 조율에 나서는 내용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인공지능(AI), 데이터 산업 육성 등 전력 사용량이 큰 국가첨단산업 투자에 필수적인 법안으로 손꼽힌다. 고준위법은 사용후 핵연료 처리 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근거법이다. 현존하는 임시 저장 시설이 2030년 전남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포화 상태에 놓이는 만큼 시급한 과제다. 두 특별법은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처리 공감대를 이뤘으나, 22대 총선을 앞두고 연일 고조되는 정쟁에 밀려 임기 내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 모두 에너지 3법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만큼 17일 열리는 소위에서는 막판 조율이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한 차례 이상 법안 논의가 이뤄져 대부분 쟁점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반도체 특별법이다.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을 놓고 민주당의 반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에 종사하는 고소득 인력들의 동의를 전제로 근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설계부터 시제품 생산까지 1년 반에서 3년가량 걸리는 반도체 R&D 분야에서, 현행 근로기준법상 특례를 통한 추가 근무가 사실상 ‘규제’로 작용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산업계의 요구가 컸다. 최근 중국이 내놓은 저비용·고성능 AI ‘딥시크’ 여파도 R&D 연구인력에 대한 예외 조항 필요성에 기름을 부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지난 3일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해당 조항 필요성에 공감하며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완고한 내부 반대를 꺾지 못했다. 민주당에서는 예외 조항엔 부정적인 대신, 특별법 중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을 ‘전부 지원’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핵심 인프라는 정부가 책임질 테니 투자 갖고 고민하지 말고, 기업은 기술 개발에 전념하라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예외 조항이 빠진 반도체특별법 처리에 부정적이다. 지도부에서는 “가장 중요한 게 연구원들의 시간을 52시간에 묶어두지 않는 것(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핵심을 뺀 반도체특별법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권성동 원내대표)” 등 연일 예외 조항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대안으로 ‘한시 도입’이 거론된다. 소위 위원이자,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했던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소위에 들어가서 (예외 조항을) ‘3년이라도 한시 적용하자’고 제안할 것”이라며 “일단 실시해 본 뒤에 부작용이 있다면 고치고, 성과가 있으면 추가로 기간을 연장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진·박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