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 덕분에…日 경상수지 ‘역대 최대’ 기록

9일(현지시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 위치한 일본에서 후지산 근처에 있는 게이힌 공업단지. [AF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엔화 약세 속에서 지난해 일본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미일 정상회담도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마무리되면서 관세 부담을 덜은 일본 투자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0일 일본 재무성은 2024년 국제수지(속보치) 경상수지 흑자액이 29조2615억엔(약 280조원)으로 전년보다. 29.5% 증가한 6조6689억엔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경상수지는 상품·서비스 수지, 배당·이자 등 소득 수지, 경상이전수지 등으로 구성된다.

엔화 약세로 수출이 늘면서 경상수지를 크게 개선했다. 해외 투자에 따른 배당·이자 등 1차 소득 수지(40조4305억엔)는 전년보다 4조엔가량 증가했다. 또한 엔화 약세를 배경으로 반도체 제조 장비와 자동차 등 수출이 늘면서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조6000억엔가량 축소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교도통신은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액은 1985년 집계 이후 최대”라고 전했다.

작년 12월 한 달간의 경상수지 흑자는 1조773억엔으로 17.8% 늘었다.

이로써 일본 경상수지는 2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지속했다.

지난 7일 미일 정상회담도 관세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마무리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방위비 증액 요구나 관세 부과 등 새로운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이런 요구 없이 회담이 마무리되면서 일본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UBS 수미 신탁자산관리 도쿄 지부의 다이주 아오키 최고투자책임자는 “트럼프가 일본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그런 얘기는 없었다. 엔화와 관련해서도 두 나라 재무 책임자들이 긴밀히 연락하도록 확인했을 뿐이다. 일본의 방위비 지출에 대한 새로운 요구도 없었다. 시장은 안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에 대한 우려는 여전해 일본을 포함해 아시아 주요국 주식시장 선물은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더 많이 구매하기로 합의했으며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와 이스즈의 대미 투자 확대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엔화 약세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봤다. 다이와 증권의 이와시타 마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일 관세 부과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생각보다 덜 심각하다고 시장이 판단한다면 엔화가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콜 캐피털 마켓 팀 워터러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일본은 여전히 새로운 관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런 전망은 적어도 트럼프의 다음 관세 적용대상국이 어디인지, 관세율은 어느 정도일지가 드러날 때까지 일본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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