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코퍼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익 달성
신기록에도 미래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 더욱 커져
“올해 바이아웃 딜 관련 가시적인 성과낼 것”
![]() |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그룹 회장이 5일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진행된 2025 글로벌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그룹 제공] |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그룹 회장이 올해 경영 화두로 ‘경영권 인수’를 꼽았다. 자동차 부품, 친환경 등 현대코퍼레이션이 주목하고 있는 신사업 진출 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3~6일까지 포시즌스 호텔 서울 등에서 진행된 2025 글로벌전략회의(GSC)에서 “우리가 바라는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우선 당면 과제인 ‘바이아웃(경영권 인수·매각) 딜’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GSC는 전 세계에 파견 중인 40여개 해외 법인 및 지사장들이 한곳에 모여 한 해 경영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다.
정 회장이 언급한 바이아웃 딜은 인수합병(M&A)의 일환으로 다른 기업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정 회장은 “작년에 (바이아웃 딜과 관련해)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한 해 동안 많이 배우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올해는 반드시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 속에서도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 1335억원을 기록,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트레이딩(중개무역) 과정에서 받는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실적이 고공행진한 것이다.
![]() |
실적 신기록에도 정 회장이 바이아웃 딜을 강조한 이유는 매출 구조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코퍼레이션 전체 매출에서 트레이딩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이상이다. 트레이딩 사업 환경이 악화되면 현대코퍼레이션 실적도 꺾이는 것이다.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신사업 발굴이 이뤄져야 한다. 다른 상사업체들도 트레이딩 사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이차전지 등에 투자하고 있다.
정 회장은 “그룹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트레이딩 성장을 지속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준비된 100년 기업’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H2 사업(트레이딩과 연계된 유통 사업)과 H3 사업(트레이딩과 무관한 사업)은 반드시 해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이 주목하고 있는 신사업은 자동차 부품, 폐자원 재활용 등이다. 2023년에는 일본의 차량 내장제품 전문 회사인 스기하라와 손잡고 스기하라현대오토모티브를 설립한 바 있다. 스기하라현대오토모티브는 일본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인건비 상승으로 주목받고 있는 로봇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 |
3~5일까지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진행된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의 2025 글로벌전략회의 전경. [현대코퍼레이션그룹 제공] |
정 회장은 회의에서 NEST(둥지) 제도 강화도 지시했다. NEST 제도는 글로벌 시장을 국가가 아닌 권역 단위로 나눈 후 권역별 맞춤형 전략을 짜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현대코퍼레이션이 운영했던 NEST는 ▷북·중·남미 ▷동·서·남아시아 ▷유럽·독립국가연합 ▷중동·아프리카 ▷일본(호주, 중국 포함) 등 5개다. 올해부터는 동·서·남아시아를 동남, 서남아시아 등 2개로 세분화했다.
정 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관세 장벽과 극단적인 자국 우선주의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지역화, 블록화 추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현대코퍼레이션 영업 및 관리 시스템을 격변하는 환경에 발맞춰 진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의 지역화 및 블록화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확실한 대외 변수들을 기회 요인으로 만들어내는 NEST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혁신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룹 시스템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정보 투명성을 강화하고 국내외 임직원끼리 언제든 소통이 가능한 업무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정 회장은 “AI 활용 능력에 따라 많은 분야에서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는 AI 디바이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AI 혁명 시대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꾸준한 디지털 학습을 통해 디지털 근력을 키워가면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