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가격경쟁력 와해…쿼터제 철폐 땐 치명타”

트럼프, 철강·알루미늄 콕 집어 ‘관세’
철강업계 “상황 지켜보는 단계” 촉각
“민관협력 통한 긴밀 대응 절실한 시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국내 철강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시절 시행된 무역확장법 232조의 여파로, 이미 대미 수출에서 큰 손해를 입은 국내 철강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부과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관세 부과와 관련 구체적인 방침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당장 철강·알루미늄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트럼프 정부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단계”라면서도 “가뜩이나 글로벌 철강시장이 어려운 시점에 풀기 어려운 숙제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철강업계는 한창 시장 상황이 좋았던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의 무역확장법 232조가 시행되며, 수출량에 막대한 제한을 받은 바 있다”면서 “이번 조치가 현실화하면 가격경쟁력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며, 당장은 실무선에서 각국의 관세 현황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수입 제한 및 관세 부과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3월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겠다”라는 명목 아래 미국에 들어오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이 조항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철강재와 알루미늄에 부과된 관세는 각각 25%와 10%였다.

이에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우방국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쿼터제 협상에 돌입했고, 쿼터량을 넘어서는 규모에 대해서만 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를 보는 데 성공했다. 당시 한국 철강은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 수준이던 263만톤만 쿼터제를 적용하게 됐다.

앞서 연간 340만톤 수준이던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재 수출량은 232조 적용 이후 연간 240만~270만톤 수준으로 100만톤 가까이 급감했다. 미국철강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254만8000톤이다.

철강업계는 트럼프의 25% 관세 부과 예고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조치가 쿼터제 축소 등의 무역확장법의 강화일 지, 아니면 새로운 추가 규제 조치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존 철강 수입 쿼터제를 철폐하고 모든 철강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경우 국내 철강업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철강 관세를 언제부터 부과할지 등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게 없어 철강업계는 더욱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새로 발표하는 관세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기존 관세에 추가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 이상의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2018년 232조가 적용될 당시 별도의 추가 협상 없이 10%의 관세를 그대로 맞았던 국내 알루미늄업계는 이번 조치가 더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비철금속협회에 따르면 알루미늄 제품의 경우 주로 알루미늄박(foil)이 미국 시장에 판매되는 주요 품목이다. 수출 규모는 연평균 약 8만7000톤(2020~2022년)이며, 연간 6억1800만 달러(약 9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매년 대미 수출 증가율은 약 20% 수준이었다.

이번 조치로 기존 10%에서 15%포인트 추가된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내에서의 가격경쟁력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국내 한 알루미늄업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급하게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라면서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수출에 있어서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역시 최근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산 저가 철강 여파 등으로 인해 실적악화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뼈아프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급강의 개발과 생산에 열을 가하고 있지만 아직 매출의 상당수는 일반 철강재로부터 나오는 실정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가 추가 부과돼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경우 현지업체와의 경쟁에서는 밀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국내 철강산업은 무역확장법 232조의 적용 이후 쿼터 배정량에 해당되지 않았던 열간압연제품이나 일반강 평철 등의 품목은 대미 수출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최근 일본과 인도 등 주요국들이 철강 제품을 둘러싸고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는 점도 우려를 더하는 대목이다.

당장 일본 철강업계과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작년말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한국 정부에 요청하자, 이에 이마이 다다시 일본철강연맹 회장은 “수입산 증가로 일본 철강사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어 (정부의) 무역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해, 각국에서 관세 장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오는 19일 중국과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각국의 급박한 움직임과 관련 철강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민관 협력을 통해 긴밀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또는 12일께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즉시 시행할 계획이다. 그는 “상대국이 130% 관세를 부과하는데 우리가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 없다”라며 불공정 교역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성우·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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