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가격 급등에…밸런타인데이 승부수는 ‘가성비’

초콜릿 행사 제품 가격 전년보다 약 10% ↑
코코아 역대 최고 가격…톤당 1만달러 상회
업계, 소비자 잡기 나서…증정·멤버십 혜택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초콜릿 과자를 고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코코아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밸런타인데이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가성비’를 앞세워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밸런타인데이 주요 제품의 가격은 작년보다 10%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A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롯데 ABC 초콜렛(187g)’ 행사 가격은 지난해 3980원에서 올해 4980원으로 올랐다. ‘해태 자유시간 미니(500g)’ 행사 가격도 8980원에서 9980원으로 인상됐다.

B대형마트에서는 ‘페레로로쉐 T8 하트(100g)’를 지난해 7650원에서 올해 8820원으로 판매 중이다. 같은 제품은 C편의점에서 1만1000원에 팔린다. 지난해 1만원에서 10% 인상한 가격이다.

초콜릿 제품의 인상은 치솟은 코코아 가격의 영향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코코아 가격은 지난해 12월 18일 기준, 톤당 1만2565달러(약1819만원)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초 대비 180% 오른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가 되면서 코코아 수입도 부담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외환 시장의 불확실성이 시장의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런 영향으로 초콜릿 제품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6월 가나초콜릿 등 17종 제품 가격을 평균 12% 인상했다. 같은 달 허쉬도 국내 초콜릿 가격을 12.5% 올렸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원재료비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소비 위축 속에서 소비자들도 주머니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예전에는 밸런타인데이에 회사 동료들에게 초콜릿을 나눠주거나 지인에게 선물했는데, 올해는 지출이 부담스러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유통업계가 ‘가성비’ 기획전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대형마트가 먼저 움직였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은 ‘1+1’, ‘2+2’ 등 증정하는 행사를 준비했다. 이마트는 1만원 이하 행사 상품을 작년보다 약 15% 확대했다. GS25와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계도 1만원대 이하의 상품 비중을 더 늘렸다.

충성고객을 위한 혜택도 확대했다. 홈플러스는 마이홈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일부 상품에 한해 최대 30% 할인한다. 롯데마트는 행사 카드로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하면 상품권을 증정한다. 이마트는 자사 앱을 통해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디저트를 찾는 고객들도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초콜릿 제품을 다른 제품과 행사로 구성해 가격을 조정하는 등 할인율을 높일 방안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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