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위치한 월트 디즈니 월드. [로이터]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인 디즈니월드가 팬데믹 이후 이용료를 급격히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현지시간) 데이터 업체인 ‘투어링 플랜’ 자료를 인용해 두 자녀를 둔 미국인 부모가 디즈니 소유의 저렴한 호텔에 머물면서 디즈니 월드를 나흘간 방문하는 데 드는 비용이 지난해 기준 4266달러(약 620만원)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교통비와 식비를 제외한 금액으로, 5년 전 3230달러(약 470만원)에서 44%%나 상승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디즈니월드를 방문한 델라웨어주 출신의 한 워킹맘은 2일권 티켓에 1123달러(약 163만원), 대기 없이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프리미어 패스에 208달러(약 30만원), 도날드 등 캐릭터와 함께 하는 식사에 219달러(약 32만원) 등 총 3000달러(약 435만원)를 지불했다. 숙박비와 교통비는 물론 뺀 금액이었다.
이처럼 디즈니월드의 이용료가 크게 오른 원인은 여러 서비스가 유료화 된 탓이라곡 투어링 플랜은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판매가 시작된 ‘번개 레인 프리미어 패스’(Lightning Lane Premier Pass, 이하 번개 패스)는 줄을 서지 않고 곧바로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티켓 입장권과 별도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늘어난다. 번개 패스의 가격은 등급에 따라 137.39달러(약 20만원)에서 최대 478.19달러(약 70만원)에 달한다.
이에 일반적인 미국 가정은 비용 문제로 디즈니월드 방문을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투어링 플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부모 2명이 자녀 1명을 데리고 디즈니 월드를 여행하는 비용이 미국 내 소득 하위 40% 가구의 연간 전체 여행 예산을 초과한다.
온라인 대출 업체 렌딩트리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디즈니 리조트를 방문한 응답자 중 45%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졌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용료가 턱없이 비싸지면서 다른 여행지로 눈을 돌리는 가정도 늘어난다. 4인 가족이 매년 최소 한 번은 디즈니 월드에 갔다는 한 가장은 지난해 디즈니 리조트의 멤버십을 팔고, 네덜란드에서 3주 동안 관광을 했다. 그는 “(디즈니는) 비용 대비 가치가 전혀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에 디즈니 측은 나흘 방문 비용에 대한 투어링 플랜의 분석이 과장됐다며 이용 가능한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디즈니는 4인 가족이 4일 방문하는 데 식비와 교통비를 제외하고 최소 3026달러(약 440만원)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WSJ는 미국 내 디즈니월드 방문객의 증가세가 주춤한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디즈니 회계연도 실적에 따르면 디즈니월드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1% 증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