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후속조치 앞두고 각사 자구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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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설비 구조조정 등의 적극적인 조치로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작년 말 내놓은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이어 후속조치를 마련 중인 가운데, 국내 설비 규모 조정 논의를 예상하는 한편 각사 차원에서의 자구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 ‘빅4’ 중 롯데케미칼(-8948억원), LG화학(석유화학사업 -1360억원), 한화솔루션(케미칼 부문 -1213억원)은 수천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중국의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크게 줄고, 고유가로 원가 상승까지 나타나며 수익 확보가 어려워진 탓이다.
기업들이 극심한 보릿고개를 겪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중 예정된 정부의 ‘석화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후속조치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한국화학산업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꾸려진 민관 이행 협의체는 기업 대관 업무조직 등과 앞서 대책에서 나온 자율 컨설팅,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정책 자금 등 지원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업 재편과 관련한 추가 건의가 수렴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행 협의체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산업계 자율 컨설팅 등 절차를 거쳐 공정거래위원회 및 금융위원회 등을 설득하는 작업들을 거친 후 정부의 후속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와 별개로 울산·여수·대산 등 산업단지별 논의도 수시로 진행 중이다. 산단별로 3~5차례 가량의 온·오프라인 회의가 이뤄졌다. 이달 중순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산단별 현황을 살펴볼 예정이다. 그간 산단별 논의를 통해선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 요건 현실화, 비용 절감 및 에너지 효율화 등에 대한 의견이 많이 모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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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공장 용성단지 전경.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LG화학] |
정부 후속조치와 별개로 기업들은 자체적인 범용설비 정리 작업과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간 주력이었던 기초화학 사업은 중국발 공급 과잉에 버티지 못하고 있다 보니, 다른 사업 위주로 재편을 가속해야 한단 판단에서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의 경우 전체 사업 중 70%를 차지하는 기초화학 부문은 지난해 8096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반면 첨단소재 사업에서 187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적자폭을 줄일 수 있었다.
현재 LG화학은 범용재 사업 구조개편을 지속하는 한편 신규 고부가 파이프라인 확대에 속도를 낸단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태양광 신소재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등 첨단소재 사업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초고압 케이블 등에 쓰이는 전선 소재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법인의 경우 잠재 매수자와 논의 중이며, 현재 매각이 어려운 자산은 시간을 벌기 위해 주식수익스와프(PRS) 활용 등 우회로를 검토하고 있다. 올해 투자비도 계획보다 4000억원 축소한 1조4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4대 석유화학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금호석유화학은 호실적을 견인한 합성고무와 고부가가치 제품인 NB라텍스 등을 앞세워 스페셜티 전환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 석화기업 관계자는 “기술 격차를 둘 수 있는 분야를 늘리지 않으면 사양길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며 “(범용사업 관련) 정리할 수 있는 건 다 접어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업계 동향이나 정부 시책 등을 고려할 때 2025년 중에는 업계 내에서 국내 석유화학 캐파(생산능력)를 어떻게 할지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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