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생 흉기 사망…가해 女교사 “내 목숨 끊으려 흉기 구매”·과거 ‘극단적 선택’ 수차례 시도(종합)

10일 오후 5시 50분께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인 B(8)양이 흉기에 찔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숨졌다. 현장에서는 교사 A(40대)씨도 자상을 입었으나 의식이 있는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A씨가 B양을 흉기로 찌른 뒤 자해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 2층 시청각실에서 현장검증하고 있는 경찰.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8살 여아가 흉기로 살해된 가운데, 범인은 이 학교의 40대 여교사 A씨인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주고 있다. A씨는 자신의 목숨을 끊기 위해 흉기를 준히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범죄를 부인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씨는 과거에도 수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6일에도 동료교사의 팔을 꺾는 등 난동을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학교 측에서는 A씨에게 휴직을 강하게 권고했지만, 대전시교육청은 우울증 등으로 휴직했던 A씨가 같은 병력으로는 더 이상 휴직이 불가능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 10일 A씨가 학교 인근에서 흉기를 직접 구입한 내역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 “내 목숨을 끊기 위한 목적으로 흉기를 교내에 가져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울증 병력이 있던 A씨는 학교에서 일할 당시 수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교직에만 20여년간 있던 교사로, 정신적인 문제 등으로 휴직했다가 지난해 12월 복직해 교과전담 교사로 일해왔다.

A씨는 사건 발생 나흘 전에도 동료 교사의 팔을 꺾는 등 난폭한 행동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사건은 경찰 신고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결국 학교 측은 대전시교육청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시교육청은 같은 병력으로 더는 휴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할머니 “우리 애 어디 있냐”…A씨 “없어요. 몰라요”


전날 오후 5시50분쯤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시청각실에서 B양(8)이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현장 인근에서 A씨를 발견했으며, A씨와 B양이 서로 모르는 사이였던 걸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A씨와 B양간의 교집합이 아예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B양의 부모는 전날 오후 4시40분쯤 연락이 두절되자 경찰에 실종신고했다. 학교에 먼저 도착한 B양의 친할머니가 시청각실에서 쓰러져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B양의 친할머니는 “시청각실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깜깜한 장소에 어떤 성인 여성(A씨)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주변에 손녀의 가방과 물통이 있었다”며 “바닥에 피가 흥건했다”고 말했다.

당시 B양의 할머니는 A씨에게 “우리 애 어디 있냐”고 물었지만 A씨는 “없어요. 몰라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경찰과 가족들이 시청각실로 몰려오는 사이 A씨는 창고 문을 잠갔고, 경찰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 B양과 A씨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은 CPR(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A씨가 범행 후 자해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B양 아버지 “우울증 있는 교사가 아무 죄도 없는 아이를 죽였다…100% 계획 범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초등학교 앞에 놓인 추모 꽃다발과 과자. 이영기 기자


B양의 아버지는 “이번 사건은 100% 계획 범죄”라며 “학교 측에 강력하게 책임을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교사는 우울증에 의해 자기 분을 못 이겨서 아무 죄도 없는 아이를 죽였다”며 “앞으로는 제2의 피해자가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울증 있는 사람이 다시 학교에 나와서 가르친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했다.

B양의 아버지는 B양 휴대전화에 부모 보호 애플리케이션이 깔려 있어 전화를 걸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휴대전화 주위에 있는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미 아이 목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고 늙은 여자의 달리기하는 것 같은, 숨이 휙휙 거리는 소리와 서랍을 여닫는 소리, 가방 지퍼를 여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번 주부터 아이가 미술학원에 다녔다. 4시40분까지 학교에 있는 아이는 우리 애가 유일했다”며 “애가 혼자 있었던 것을 알았을 것이고, 흉기 또한 직접 챙겨온 것으로 계획 범죄가 아닐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해당 초등학교 앞에는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학교 담장에 인형, 젤리와 함께 “아가 아프지 말고 편히 눈 감으렴. 미안해”라는 짧은 메모가 놓여 있었다.

B양에 대한 부검은 이르면 이날 중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해당 학교는 이날부터 휴교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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