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개교 인상…1550억 규모 끊겨
정을호 “무분별 인상 막을 대책을”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러시로 ‘국가장학금 II(2) 유형(대학연계지원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약 35만명의 학생이 지원을 받았던 장학금이 개강을 앞둔 올해 1학기부터 끊기게 됐다. 118개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면서다. 국가장학금 2유형은 등록금 동결 대학을 대상으로 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으로, 대학이 자체 기준을 정해 정부로부터 받은 금액을 교내 장학금으로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에는 지급이 중단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4년 대학별 국가장학금 2유형 수혜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으로 줄어드는 장학금이 약 15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대학에 지급된 국가장학금 2유형의 금액은 총 2571억4157만원이고, 이 중 올해 등록금 인상으로 지원이 중단되는 대학이 받았던 금액은 1549억612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4일을 기준으로 지난해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 대상이었던 248개교 중 등록금 인상을 확정한 대학은 118개교다. 해당 대학에서 지난해 지원 대상이 됐던 학생은 34만 9258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학생 1인 당 평균 지원 금액은 44만 3687원이었다.
올해부터 정부의 국가장학금 2유형 지급이 중단되는 대학 중 지난해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학교는 성균관대(41억 9310만원)였다. ▷고려대(40억 8847만원) ▷연세대(39억 3191만원) ▷영남대(34억 2718만원) ▷한양대(33억 7967만원) ▷가천대 (29억 8208만원) ▷이화여대 (29억 5716만원) ▷경기대(26억 7941만원) ▷국민대(26억 4232만원) ▷건국대(25억 3488만원)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국가장학금 2유형 혜택을 본 학생 규모가 가장 컸던 대학은 인하대(1만 1884명)다. ▷대구대(8043명) ▷영남대(8026명) ▷국민대(7371명) ▷이화여대(6890명) ▷경기대(6747명) ▷경희대(6586명) ▷한양대(6561명) ▷한남대(6299명) ▷전주대(6023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 대학들 역시 올해 모두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학자금 지원구간 별로 살펴보면 기초·차상위 학생이 127명, 기준 중위소득의 70% 이하인 1~3구간 학생도 8만 7737명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과 더불어 장학금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 의원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 간신히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과 생활비 감당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부담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대학 재정지원 체계 정비 등을 통해 무분별한 등록금 인상을 막고 가계 부담을 완화할 대책을 조속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학들은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등록금 동결정책으로 인한 재정난 극복을 위해선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는 등록금 인상 금액보다 국가장학금 제도를 통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의 규모가 더 크다는 판단으로 동결을 택해왔지만, 최근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등록금 인상 유인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들은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을 포기하더라도 등록금 인상을 선택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라며 “등록금 인상에 대해선 반발이 따르기 때문에 장학금을 포함한 학생 지원 대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본지 첫 보도 후 교육부는 9일 설명자료를 내고 “2025학년도 등록금 법정 인상 상한(직전 3개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은 5.49%이며, 현재 등록금 인상 대학 중 이를 위반한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등록금 인상 대학의 경우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논의 시, 등록금 인상분을 교내장학금 편성, 학생 복지·편의 확대 등에 활용해 달라는 학생 측의 요구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심의·확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등록금 인상으로 학생들의 학비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국가장학금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