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가 미안해, 아프지 말고 눈 감으렴” 대전 8세 딸 추모 행렬 [세상&]

대전 초등학교서 교사가 아이 살해 사건 발생
경찰 “다친 40대 교사 범행 시인, 평소 우울증”
초등학교 긴급 휴교…정문 추모 행렬 이어져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초등학교 앞에 놓인 추모 글. 이영기 기자


[헤럴드경제=김용재·이영기(대전) 기자] “아가 아프지 말고 편히 눈 감으렴, 미안해.”

11일 오전 9시께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 앞에는 적막한 기운만 맴돌았다. 전날 이 학교에서는 40대 여교사가 8살 여아 A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느 때면 학생으로 북적일 등교 시간이지만 교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대전 서부경찰서와 교육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께 대전 관저동 한 초등학교 건물 2층 시청각실에서 흉기에 찔린 A양과 이 학교 여교사 B씨가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대원들은 의식이 없는 아이를 건양대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초등학교 앞에 놓인 추모 꽃다발과 과자. 이영기 기자


A양 유족들에 따르면 아이는 발견 당시 상태가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목과 팔이 흉기에 찔린 여교사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교사의 담당 반인 학부모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출근길에 학교 앞에 들른 학부모 C씨는 “해당교사가 지난 12월 복직했다고 하더라”라면서 “다만 가해교사에 대한 특이 사항은 아이를 통해서 전해 들은 건 없다”고 말했다.

바로 옆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다른 학부모 임씨는 “가장 안전한 곳이 학교랑 가정인데, 이제 아이는 정말 집에만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학교에서는 휴교한다고만 달랑 보내놨다. 내일 재개한대도 애를 보낼 수 있겠냐”고 한숨 쉬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초등학교 앞에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이 추모를 위한 절을 하는 모습. 이영기 기자


해당 초등학교 앞은 추모행렬도 이어졌다. 학교 담장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인형, 젤리와 함께 “아가 아프지 말고 편히 눈 감으렴. 미안해”라는 짧은 메모도 놓여있었다.

초3 딸을 키우는 김모(38) 씨는 출근길에 버터 감자칩과 꽃 한 다발을 사와 정문에 내려 뒀다. 그러고는 담장에 놓고 큰절을 두 번 했다. 김 씨는 “참담하죠. 너무 참담하잖아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학교는 안전한 줄 알았는데 이제 어디에 믿고 보냅니까”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경찰은 교사 B씨가 범행 후 자해한 것으로 보고 사건 발생 직후 해당 교사를 용의자로 두고 수사를 벌였다. 그는 오후 9시께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정교사 신분인 B씨는 우울증 등의 문제로 휴직했다가 지난해 12월 복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교사와 숨진 학생과는 평소 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학원에 가기 전 평소 오후 4시 40분까지 학교에서 돌봄 수업을 들었다. 학원에 아이가 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은 부모가 오후 5시 18분께 실종신고를 했고, 학교 측에서도 오후 5시50분께 건물 2층 시청각실에 사람이 갇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초등학교 앞에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이 추모하고 있는 모습. 이영기 기자


신고받은 경찰이 학교로 찾아가 시청각실에 쓰러져 있던 두 사람을 발견하게 됐다. 경찰은 수술을 마치고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B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교육 당국은 교내에서 강력 사건이 발생한 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학교 측은 사건 당일 오후 4시 40분께 돌봄 수업을 정상적으로 마치고 교실을 나간 A학생이 어떻게 그 시간에 여교사와 함께 있게 된 것인지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전날 저녁 대책회의를 열고 사건이 발생한 학교에 대해 긴급 휴업 결정을 내렸다. 대전교육청은 이날 긴급브리핑을 통해 해당 초등학교의 추가 휴업 여부를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해당 학교는 겨울방학을 마치고 지난주 개학해 나머지 학사 일정을 진행해 왔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