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0% 보복관세 정밀타격
EU “부당한 조처에 대응”
佛 마크롱 “정면대결”
日·印, 관세폭탄 피하려 ‘선물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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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 시내에 위치한 유럽연합(EU) 본부.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10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하면서 글로벌 통상전쟁이 확전하고 있다. 관세의 직접 영향권에 든 국가들은 보복관세를 예고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화책을 제시하는 등 상반된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집행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부당한 조치로부터 유럽 기업, 근로자 및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대응할 것”이라며 “EU 수출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대서양 무역·투자관계를 통해 구축된 EU와 미국 간 생산 사슬을 고려하면 관세 부과는 비합법적(unlawful)이며 경제적 역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관세는 본질적으로 (미국인에 대한) 세금”이라며 “기업 비용이 증가하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경제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글로벌 시장의 효율성·통합성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EU는 다만 현 단계에선 EU의 수출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관련해 미국 정부 측의 공식 통보를 받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유럽 주요국도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날 총선 TV 토론에서 트럼프 관세에 대한 EU 차원의 대책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EU로서 1시간 안에 조치할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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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인공지능(AI) 행동 정상회의 첫날 폐막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 |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역시 관세가 부과되면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 대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여러 분야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의 비용이 증가하고 물가가 오를 것”이라며 최근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비난했다.
앞서 중국은 자국에 대한 미국의 10% 추가 관세 부과에 대응해 지난 10일부터 미국산(産) 석탄·액화천연가스(LNG)에는 15% 관세를, 원유·농기계·대형차·픽업트럭 등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복 조치에 들어갔다.
중국은 구글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와 캘빈클라인의 모회사인 패션 기업 PVH그룹과 생명공학 업체 일루미나 제재 등 보복 조치도 예고한 상황이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4일 펜타닐 유통에 대한 중국의 소극적 대응을 명분 삼아 중국 수출품 전반에 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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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8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의 당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대응하는 국가들이 있는 반면, 관세 폭탄을 피하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화책을 제시하는 국가들도 나타나고 있다.
오는 13일 미국과 정상회담을 앞둔 인도는 전자체품, 의료·외과장비, 일부 화학제품을 포함한 최소 12개 부문에서 관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인도가 미국산 상품에 적용되는 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가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며 “인도 당국자들은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과 제한적인 무역 협정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인도는 1600㏄ 이상 엔진을 장착한 대형 오토바이 수입 관세를 50%에서 30%로 낮췄고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에 발맞춰 지난 5일 미국 군용기를 통한 100명이 넘는 인도인의 송환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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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미국 측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공개하고 있다. [EPA] |
일본 역시 지난 7일 진행된 미일정상회담에서 1조달러(약 1456조원) 대미투자와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확대, 방위비 2배 증액 등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등을 무기로 무역적자 해소와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기도 전에 이시바 총리가 대규모 투자를 포함한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일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서 오갔던 언행을 두고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환대) 외교’가 또 한 번 발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사전 기자회견 중 “신이 (지난해 7월 암살 시도에서) 당신을 구했다”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세계 평화를 가져오라고 신의 선택을 받은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이시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개신교 신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시바 총리는 매우 강한 사람이다. 그의 명성을 익히 들었고, 그는 환상적인 총리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에 대해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에게 ‘아부의 기술(the Art of Flattery)’을 구사했다”고 평가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도 “이시바 총리의 열띤 노력으로 트럼프의 얼굴에 긴장감 대신 미소가 가득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