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美군산복합체, 팔란티어의 은밀한 거래 [홍길용의 화식열전]

“The unfortunate thing, either in business or politics, is that many of one’s adversaries and antagonists will never respond to anything but strengththat crude form of power that does not ask for but which requires compliance and deference”

(불행히도 사업이나 정치에서 만나는 적들은 오로지 힘에만 반응한다. 요청이 아닌, 순응과 복종을 강요하는 날 것의 힘에 의해서만 움직인다)

“As Samuel Huntington has written, the rise of the West was not made possible “by the superiority of its ideas or values or religion . . . but rather by its superiority in applying organized violence.”

(사무엘 헌팅턴이 썼듯이 서구의 부상은 생각이나 가치, 또는 종교의 우월성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 보다는 조직화된 폭력을 적용하는 데서 이뤄졌다)

최근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CEO) 알렉산더 카르프(Alexander C. Karp)가 실적발표와 함께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다. 보통의 주주서한과는 화법이 꽤 다르다. 방위산업체라고 하지만 노골적으로 힘과 폭력을 강조하고 있다.

‘힘’과 ‘폭력’으로…S&P500 2024 상승률 제왕


팔란티어(Palantir)는 ‘넓게, 멀리’의 뜻인 ‘palan~’과 ‘보다’는 의미의 ‘~tir’가 합쳐진 말이다.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J. R. R. 톨킨이 1950년대에 발표한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구슬 모양의 ‘천리안’이다. 영화를 보면 소유자는 사루만, 사우론 등 힘을 앞세운 통치를 원하는 세력들이다.

어찌됐든 팔란티어는 현재 미국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이다. 지난 한 해에만 주가가 340% 넘게 올랐다. 최근 주가가 100달러를 돌파했지만 150달러까지는 무난하게 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가파른 매출 성장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팔란티어의 기술은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 코로나19 백신 보급, 금융사기범 버나드 메이도프의 유죄 판결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팔란티어는 영국석유(BP), 허츠(Hertz) 등을 포함한 고객사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독보적인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팔란티어의 성장 비결을 보면 남다른 로비 전략이 돗보인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가 이를 상세히 다뤘다.

로비의 제왕…트럼프 정부 핵심 요직 차지


2003년 팔란티어를 창업한 5명 가운데 한명이 현재의 피터 틸(Peter Thiel) 회장이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Paypal)을 창업한 인물이다. 그는 2002년 이베이(e-Bay)에 페이팔을 매각한 돈으로 팔란티어를 창업했다. 그는 2001년 911테러를 겪으며 국가 안보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느꼈고, 페이팔에 사용된 금융사기 예방 프로그램이 테러를 막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팔란티어는 설립 후 정부 부문 수주를 잇따라 따내며 가파르게 성장한다.

미국 연방 기록을 보면 팔란티어는 2009년 이후 27억 달러 이상의 정부 계약을 따냈다. 이중 13억 달러 이상이 국방부였다. 데이터 제공업체 터셀(Tussell)의 자료를 보면 영국에서도 3억7600만 파운드 이상의 계약을 수주했다.

팔란티어의 CEO 알렉스 카프는 카말라 해리스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민주당 후원자다. 틸 회장은 공화당, 그것도 트럼프의 열렬 지지자다. 2016년 대선 때에도 트럼프를 공개 지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부통령인 JD 밴스가 벤처캐피털 경력을 시작하도록 지원한 것도 틸 회장이다. 2022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밴스의 최대 후원자로도 나섰다. 지난달 트럼프의 취임 축하 행사가 열린 곳도 워싱턴 D.C.에 있는 틸의 자택이었다. 밴스 부통령을 비롯해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오픈AI의 샘 올트먼 등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들이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팔란티어 출신 인사들은 트럼프 정부에서 요직을 잇따라 꿰차고 있다. 카프 CEO의 선임 고문인 제이콥 헬버그는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담당 차관으로 지명됐다. 국무부 내 경제·무역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2020년까지 10년간 팔란티어에서 근무한 인물 그레고리 바르바치아는 최근 대통령 행정실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임명됐다. 700억 달러 규모인 미국 정부의 IT 예산을 관리하는 직책이다. 팔란티어의 또다른 공동창업자인 조 론스데일은 일론 머스크의 새로운 자문기구인 ‘정부 효율성 부서(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설립과 인력 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팔란티어는 전현직 관료들도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마이크 갤러거 전 공화당 하원의원, 중앙정보부(CIA) 출신 지오프 칸 그리고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상원의원 시절 보좌관이던 제이미 플라이 등이다. 오바마와 바이든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전직 고위 국방·법률 담당 관료들도 다수 채용했다. TTP에 따르면, 최소 6명이 팔란티어와 국방부 산하 ‘디지털·AI 최고책임자실(CDAO)’을 오갔다. CDAO는 국방부의 데이터·AI 도입을 총괄하는 핵심 기관이다.

2023년에는 비영리단체인 ‘팔란티어 국방·국제정책재단(Palantir Foundation for Defense Policy and International Affairs)’도 설립했다. 팔란티어는 해당 재단이 “국가 안보 증진을 위한 초당적 조직”이라며, “학술 연구 지원과 정책 토론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 재단은 ‘더 리퍼블릭(The Republic)’이라는 저널도 발간한다.

팔란티어의 로비 예산은 2015년 100만 달러에서 지난해 580만 달러까지 확대됐다. 전통적인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1,240만 달러), 노스럽 그러먼(880만 달러)보다 낮지만, 훨씬 더 가파른 증가세다.

팔란티어는 영국에서도 정부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보수당과 정부 출신 인사들이 주요 경영진이다. 정부 부처를

떠난 전관을 영입한 후 해당기관의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영국 정보기관 MI6의 전 국장 존 소어스도 팔란티어와 정부의 연결고리다. 2022~2023년 동안 팔란티어는 최소 13차례 장관급 회의에 참석했다.


엔두릴과 컨소시엄…글로벌 방위산업 판 바꿀까


팔란티어는 최근 앤두릴(Anduril)이란 회사와 미국 정부 방위계약 수주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앤두릴은 틸 회장이 초기투자자로 참여한 회사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더 작지만 싸고, 아주 자동화된 무기시스템을 납품하는 게 컨소시엄의 목표다. 참여업체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오픈AI, 자율선박 제작사 사로닉(Saronic), AI 데이터그룹 스캐일AI 등이다. 2017년에 설립된 앤두릴은 2024년 매출이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23년의 4억2000만 달러보다 두 배 이상 불어난 수치다. 지난 해 8월 15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14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컨소시엄이 성공한다면 앤두릴의 기업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일단 미국 정부를 상대로 성공을 거두면 해외진출도 용이해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인상 들을 무기로 주요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액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였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의 방위비 목표도 최근 5%로 높일 것을 요구했다. 유럽연합의 명목 GDP는 약 18조 달러다. 2%에서 5%로 높이면 3600억 달러에서 8000억 달러로 커지게 된다. 미국의 방위예산 8500억 달러와 맞먹게 되는 셈이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증액한다면 아무래도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방위산업체들이 상대적인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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