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맛·쉼·달빛으로 그린 봄 “완주로 완주”

‘로컬푸드 1번지’ 문화예술 어우러져
책박물관 ‘전설의 DJ 김광한 팝송전’
‘가우디 의자’에서 커피·클림트 감상
BTS 뮤비 촬영지엔 벌써 봄기운 솔솔


한반도 모양을 닮았다는 완주 대아호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봄물보다 깊으리라’라고 노래했던 만해 한용운의 시 ‘사랑’에 나오는 봄물이 산과 계곡에서 넘쳐나는 것도 요맘때부터다.

오는 12일 이후 남부·영동지방 낮 기온이 두 자릿수로 예보된 가운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추억이 깃든 전북 완주가 ‘6월 멤버 전원 제대’를 앞두고, ‘춘흥(春興)’에 예술을 더한다는 봄소식을 미리 전한다.

모악산 옆 구이호, 한반도 모양을 닮았다는 대아호, 만경강 신천습지·비비정은 봄물이 넘쳐 운치를 더할 것이고, 신비의 명소 기차산 해골바위와 국립공원 대둔산은 등산객 행렬이 재개될 것이며, 화산꽃동산·천호성지·송광사벚꽃길·고산자연휴양림은 완주 봄 매력의 센터가 돼 춘흥을 담당할 것이다.

특히 올 봄 완주는 문화예술과 함께 ‘로컬푸드 1번지’로서 미식의 매력을 더하는 곳이 될 전망이다. 이곳에 있는 삼례문화예술촌에 가면 어린왕자가 문 위에 걸터앉아 방문객에 미소짓는 ‘책마을’이 있다. 2016년 문을 연 삼례책마을은 고서점·헌책방·북카페로 이루어진 북 하우스와 한국학아카이브, 전시실, 북 갤러리 등의 구색을 갖췄다.

삼례책마을은 그간 ▷만화가를 꿈꾸던 영월 청년 송광용의 습작 ▷죽기 직전 나폴레옹의 모습을 담은 그림 ▷바실 홀의 ‘조선서해안항해기(1816년)’ ▷1940년대 영국 그림동화 ‘요정과 마법의 숲’ 등을 단독으로 발굴,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송광용은 죽어서 이탈리아 전시라는 영광을 얻었고, 나폴레옹이 죽기 전 한국을 극찬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려졌다. 유럽인의 상상 속 요정의 의상 디자인도 책마을에서 전해졌다.

완주 삼례책마을서 열리고 있는 ‘전설의 DJ 김광한 팝송전’


문화·예술촌으로…화려한 ‘변신’

현재 삼례책마을 책박물관에서는 ‘전설의 DJ 김광한 팝송전’이 열리고 있다. 오는 4월 14일까지 이어지는 해당 전시에는 1960~1990년대 음반 8000여 장, 유명 가수 사진, 인터뷰 녹음테이프, CD, 방송원고, 음악 도서, 음향기기 등 2만여 점이 선보이고 있다.

삼례문화예술촌으로 변신한 삼례양곡창고는 일제강점기 전북농장, 조선농장, 공축농원 등과 함께 수탈의 전위대였다. 보통역(삼례역의 전신) 철길을 통해, 또 삼례 비비정마을 만경강 물길을 통해, 수탈당했다.

하지만 2013년 6월부터 이 양곡창고는 문화와 예술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담았다. ‘삼례를 세계로!, 세계는 삼례로!’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삼례문화예술촌으로 변신한 것이다.

그리고 비비정 아래 옛 철교는 예술열차카페로 탈바꿈했다. “완주로 완주!”를 외치던 BTS이 다녀간 비비낙안은 전망 좋은 휴식터가 됐다.

삼례문화예술촌에 들어서면 건물은 1920년대 그대로지만, 마당 곳곳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공원에서 보던 가우디 풍 타일 벤치·조각품이 여행객을 반긴다.

삼례문화예술촌 내 카페에서 커피를 가지고 나와 가우디 의자에 앉은 후 양곡창고에 그려진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이미 지난 전시행사 알림용 필사 그림)을 감상한다.

3500여 평인 예술촌에는 비주얼 미디어아트 미술관, 디자인 뮤지엄, 책 박물관, 책공방북아트센터, 김상림목공소, 문화카페 등이 즐비해 있다.

삼례문화예술촌의 가우디 풍 벤치


BTS 제대 기다리며 ‘인생 사진’ 찰칵

완주는 BTS와 ‘서머패키지’ 영상, 앨범 재킷 촬영 등 두 차례 인연을 맺었다. 삼례문화예술촌을 지나 인근 만경강변 비비정과 비비낙안에 가면 BTS 팬덤인 아미들에게도 익숙한 오성제 둑방길, 오성한옥마을(소양고택, 아원고택 등), 위봉산성, 남녀를 각각 상징하는 경각산, 모악산 등이 있다.

위봉산성은 1675년(숙종 원년), 7년에 걸쳐 쌓은 포곡식 산성이다. 전라감사 권재윤이 유사시에 전주 경기전에 있는 태조 영정, 조경묘의 시조 위패를 옮겨 봉안하기 위해 전주 근처에 험한 지형을 골라 성을 축조했다. 실제로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주 부성이 점령되자 영정과 위패를 이곳으로 옮겨놓기도 했다.

이 성은 당초 폭 3m, 높이 4~5m, 16㎞ 둘레로 만들어져 3곳의 성문과 8개의 암문이 있었다. 지금은 일부 성벽과 동·서·북 3개문 중 전주로 통하는 서문만 유일하게 남아 있는데, 이 역시 문 위에 있던 3칸의 문루는 사라지고 높이 3m, 폭 3m의 아치형 석문만 현존한다.

아치 위에 주인공을 세우고 밑에서 위로, 아치 사이로 촬영하면 BTS 재현 샷이 나온다. 또 널찍한 성벽 위에 앉거나 서서 포즈를 취해도 좋다.

위봉산성 동문 쪽에 있는 위봉폭포는 높이 60m의 2단 폭포로 여름철 시원스레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보는 이의 마음마저 시원하게 한다. 도로에서 폭포 아래까지는 목재 계단 산책로로 연결돼 있어 쉽게 폭포에 다가갈 수 있다.

기암괴석, 울창한 숲, 깊은 계곡이 어우러진 위봉폭포는 요즘처럼 봄물이 쏟아질 때 더욱 좋다. 이곳은 ‘판소리 8대 명창’ 중 한 사람인 권삼득 선생이 득음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위봉산성 설경


‘고종시 마실길’과 도예공원 ‘봉강요’

위봉폭포는 전북 천 리 길의 완주 구간 노선인 ‘고종시 마실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고종시는 조선시대 고종 임금이 이곳 동상면에서 나는 곶감을 즐겨 먹어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다. 보통 감에 비해 알이 작고 씨가 없으며 맛이 달다.

고종시 마실길은 위봉산성~위봉사∼위봉폭포∼송곶재∼시향전망대∼다자미마을을 지나 동상면 학동마을까지 이어진다.

가까운 곳에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결사 항전했던 ‘웅치전적지(전북도기념물 제25호)’와 종남산 기슭 벚꽃길로 유명한 송광사가 있다.

완주의 요즘 신상은 위봉산 자락의 도예공원 ‘봉강요’다. ‘전북 명장’으로 선정된 도예가 진정욱 대표가 운영하는 자연 속 도예복합문화공간이다. 지난해 ‘전북도 치유 관광지’로 선정된 봉강요는 자연 속에서 쉬고, 느끼고, 힐링할 수 있어 찾는 이가 점점 늘고 있다. 조용한 산속 깊은 미술관에서 다양한 작품도 감상하고,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봉강요의 시그니처는 도장을 이용해 점토에 찍는 ‘인화문기법’을 사용한 분청사기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도자기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다. 미리 준비된 도장을 이용해 무늬를 담아낼 수 있다. 체험은 1~2시간 정도 소요되며, 작품이 완성되면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봉강요는 한적한 숲에서 여유롭게 자연을 느껴보고, 세상에 하나뿐인 도자기도 만들 수 있는 감춰진 보석 같은 여행지이다.

완주 기차산 해골바위


‘대한민국 로컬푸드 1번지’ 명성

완주는 ‘대한민국 로컬푸드 1번지’답게 지난해 국제 행사인 ‘와일드&로컬푸드 축제’를 열었다. 올해는 행사 규모를 더욱 확장하는 한편 ‘완전한 맛, 완주에서 즐겨봐’라는 타이틀의 미식관광 패키지도 더 커진다. 청년 농업인 치유농장 수확 체험과 미식의 맛을 결합한 ‘치유형 로컬 미식 프로그램’과 가을밤 달빛 아래 오성한옥마을 소양고택에서 즐기는 ‘쉼, 고택투어’는 내국인은 물론, 대만, 프랑스 등 10개국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완주군은 이처럼 ‘맛·쉼·달빛’을 테마로 한 완주형 로컬관광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맛’의 미식관광, ‘쉼’의 힐링관광, ‘달빛’의 야간관광 등 매력적인 테마를 묶은 패키지로 지구촌 여행객까지 끌어모으는 체류형 로컬 관광지가 되겠다는 게 완주군의 계획이다.

요즘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가 강조하고 있는 지역관광 활성화의 모범을 보일 완주는 BTS 멤버들이 전원이 제대하는 오는 6월 글로벌 관광도시로서, 더 큰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완주=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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