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유죄
대법, 보조금 아니라 출연금 무죄 취지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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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인턴을 채용한 것처럼 허위 등록해 지원금 1600여만원을 받아냈더라도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사업비가 법률상 ‘보조금’이 아니라 ‘출연금’이라는 이유에서다. 1·2심의 유죄 판단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경필)는 보조금법 위반 혐의를 받은 회사 대표 A씨 등에게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깨고, 무죄 취지로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
중소기업청은 2016년께 창업인턴제 사업을 벌였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자에게 초기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A씨는 이 제도를 악용했다. 인턴 직원 2명을 채용한 적이 없는데도 허위로 직원들을 등록해 중소기업청에서 지원비 1600여만을 부정 수급한 혐의를 받았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은 거짓 신청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지급받은 자를 처벌하고 있다. 처벌 수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다. 보조금법에 따르면 ‘보조금’은 국가 등이 특정 사업에 대해 재정상 도움을 주기 위해 교부하는 금원이라고 정의된다.
1심과 2심은 유죄였다.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성남지원 이경호 판사는 2021년 2월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등에게 지급된 금원은 중앙 행정기관인 중소기업창이 예산 범위에서 창업인턴 지원활동 등에 대한 운영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서 보조금에 해당하는 게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A씨는 중소기업청에 허위의 근로계약서, 급여 지급증빙 내역 등을 제출해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수령했다”고 지적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수원지법 제6형사부(부장 정영훈)도 2022년 1월께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해당 금원은 국가가 중소기업 창업 촉진을 위해 재정상 원조를 하기 위해 지급한 금원”이라며 “보조금법상 보조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금원과 성질이 유사한 청년인턴지원금, 정규직전환지원금 등도 대법원에서 국가보조금으로 인정한 판례가 있다”고 봤다.
하급심(1·2심)의 판단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뒤집혔다. 대법원은 해당 금원의 법적 성격이 보조금이 아니라 출연금이라고 판시했다. 출연금은 국가가 민간에게 반대 급부 없이 지원하는 금원이다.
대법원은 “원심(2심)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국가재정법은 출연금과 보조금을 구별하고 있다”며 “보조금법도 동일기관 예산에 출연금과 보조금의 이중 계상을 금지해 둘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어떤 사업에 대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예산을 출연금 명목으로 계상하고 집행했다면 해당 자금은 보조금이 아니라 출연금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청장은 청년 인턴제 사업을 추진하며 그 예산을 출연금으로 계상·집행했다”며 “A씨가 받은 금원은 보조금이 아니므로 보조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2심)은 보조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보조금법 위반 혐의를 무죄 취지로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