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대통령실 ‘단전·단수’ 쪽지…대통령 지시 아니다”

언론사·여론조사 꽃 단전단수 의혹
대통령 지시 받은 적 없어
키워드 적힌 ‘쪽지’ 보고 우려돼 전화
“국무회의 맞다…실질적 요건 갖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일 일부 언론사에 단전·단수를 지시 받았거나 지시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 전 장관은 관련 지시를 받은 적은 없지만 ‘단전단수’가 적힌 문건을 보고 피해를 파악하기 위해 소방청장에게 전화했다고 증언했다.

“‘단전단수’ 쪽지 봤다…소방청에 지시한 것 아냐”


이 전 장관은 1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전후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으로부터 계엄 관련 지시사항이 기재된 쪽지를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 전 장관에게 ‘언론사 4곳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건을 보여줬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이 포고령 발령 직후인 당일 밤 11시 34분께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이어 11시 37분께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특히 소방청장에게는 “24시께 경찰청에서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줘라”고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단전·단수 지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소방청장과 전화한 사실은 인정했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에서 쪽지 몇 개를 봤다.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을 얼핏 보게 됐다”며 “계엄 선포 이후 사무실에 들어가면서 쪽지가 생각났다. 어떤 맥락에서 작성 됐는지 모르겠지만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있어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해당 쪽지는 대통령실 집무실 원탁 위에 놓여있었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이어서 “큰 사건·사고 접수된 것은 없는지 등 상황이 전반적으로 궁금해 경찰청장, 소방청장과 차례로 전화했다. 소방청장에게 전화하면서 쪽지가 생각나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겨달라’는 취지로 당부했을 뿐”이라며 “보도된 내용처럼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무회의 실질적 요건 갖춰”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헌법재판관들의 관심은 국무회의에 집중됐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일 국무위원들이 모여 논의했기 때문에 국무회의로서 실체적 요건을 갖췄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12월 3일 오후 8시 40분께 대통령실에 도착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0시 17분께 도착하면서 국무회의 개회 정족수인 국무위원 11명이 완성됐다. 윤 대통령은 10시 22분까지 약 5분간 비상계엄의 정당성에 대해 설명했고, 10시 23분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 전 장관은 “당시 자리에 있던 국무위원들 모두 국무회의를 한다고 생각했다”며 “(비상계엄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의사를 확인하러 (집무실에) 다녀왔다”고 했다.

김형두 헌법재판관은 국무회의 개회 선언, 안건 설명, 폐회 선언 절차가 있었는지 물었다. 이 전 장관은 “개회 선언은 당연히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안건은 자리에 있는 국무위원들이 다 알고 있었다. 장관으로 2년 넘게 재임하면서 100번 넘게 국무회의에 참석했지만 이번 국무회의처럼 실질적으로 토론이 오고 간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어 “해제 국무회의는 1~2분 만에 끝났다.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가 훨씬 실질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직접 국무회의 부서에 대해 설명했다. ‘부서’란 국무회의에 대해 대통령, 국무총리, 관계 국무위원이 서명하는 것을 말한다. 윤 대통령은 “‘계엄=내란’ 프레임 때문에 일부 국무위원들이 (국무회의가 아니었다고) 답변을 한 것 같다”며 “국무위원이 대통령실에서 간담회를 하거나, 놀러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과 관련 부서는 국방부 장관, 총리, 대통령이 한다”며 “부속실 실장이 (미리) 만들고 서명을 받았다. 총리가 (부서) 작성 권한과 책임이 국방부에 있으니 국방부에서 결재 (요청이) 올라오는게 맞다고 했는데 아직 국방부가 올리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보안을 요하는 국법 상 행위에 대해 사전(문건 작성)을 요한다면 기안자인 실무자가 내용을 알 수 있게 된다. 사후에 전자 결재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