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親노조 판결에 벼랑 끝 몰리는 기업들


최근 법원이 ‘불법 노동쟁의’의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 기존 판결을 뒤집고 사실상 노동계의 손을 들어주면서 산업계 전반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녹록지 않은 글로벌 경영환경에 소송 리스크 가능성까지 불거지면서 현장에서는 “점점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도 이어진다.

11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등법원 민사6부(재판장 박운삼)는 전날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와 지회 노조원들에게 ‘불법 쟁의행위로 비롯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현대차 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012년 8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의장 라인을 불법으로 점거했다. 부산고법은 당시 발생한 불법 행위 손실에 대해서도 지회 측이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봤다.

문제는 비정규직지회가 사측과 협상할 쟁의권이 없었고, 우리 노동법상 사업장의 완전 점거는 불법(업무방해혐의)이기에 당시 파업이 불법쟁의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 미국시장 점유율 8.4%(현대차기아 합산 기준) 확보에 성공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상승세를 구가하던 현대차 입장에서는 수출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아찔한 대목이다. 현대차가 피해규모 추산 후 소송에서 제시한 배상액 규모는 5억3181만원에 달했다.

파기환송심 이전의 1심과 2심 재판에서 법원은 현대차가 제시한 금액에 대해 일정 부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023년 열린 대법원 상고심에서 “배상액을 재산정하라”면서 사건의 파기환송 결정이 이뤄지며 상황이 뒤집혔다.

파기환송심을 진행한 부산고법은 이와 관련 “현대차가 판매하려던 자동차를 판매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고, 이후 작업을 통해 생산 물량이 확보됐다”며 사실상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현대차의 그해 연간 목표생산량 기준 3300대의 차량이 더 생산됐다고 판단했다. 파업으로 현대차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잘못된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완성차업계를 중심으로 이와 관련 ‘터무니없는 관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완성차 기업들은 보수적인 목표치를 잡아두고 매달 운영계획을 통해 생산량을 채워 넣는다. 결과적으로 목표치보다는 실제 생산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월간이 아닌 연간 목표생산량을 기준으로 생산 성과를 측정하는 분석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현장에서는 2012년 8월 당초 계획 생산량보다 1만2700대, 연간 기준으로는 1만6150대의 생산이 적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계는 이번 판결이 단순히 하나의 사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향후 비슷한 불법 파업 사례가 발생한다고 해도, 노측이 이를 악용한 불법 쟁의행위를 하는 논리적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은 또다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재판부는 소정근로 제공에 대한 대가로 지급받는 정기성과 일률성이 있는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면서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했다. 일한 대가로 조건 없이 지급되는 ‘고정성’이 있어야 통상임금이라는 2013년 판례를 11년만에 뒤집은 것이다.

판결 이후 경영계에는 후폭풍이 불어닥쳤다. 법원 판결은 소급적용이 되지 않음에도 일부 대기업 노조는 ‘과거 소급분까지 받아내겠다’는 입장을 천명했고, 노조 지도부가 주도하는 소송전에 수만 명이 참여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취임으로 우리 기업들은 경영 환경은 유례없는 예측불가 상황에 처해있다. 여기에 소송 리스크까지 확산하며 기업인들의 발목을 더욱 옥죄는 형국이다.

많은 경영자는 신년 가장 우려되는 대목 중 하나로 ‘예측 불가 리스크’라고 지목한다. 신규 사업이나 R&D(연구개발) 투자도 안정적인 내적 환경 토대가 이뤄졌을 때 가능하다. 어려운 시기 기업들이 경영에 더욱 전념할 수 있는 토대가 빠르게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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