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장벽 높이기 관세 전쟁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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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예고한대로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혀 한국의 핵심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도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앞으로 이틀내 상호 관세도 부과할 것”이라고 재확인해 ‘상호 관세’ 폭격도 조만간 현실화 할 전망이다.
▶상호관세란?… ‘눈에는 눈, 관세엔 동률관세’=오는 11~12일께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 즉시 발효할 것이라고 밝힌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란 무역을 하는 국가끼리 서로 같거나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등장한 개념으로, 통상 보호무역에서 자유무역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상대국과 비례해 관세를 낮추는 데 사용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때 추진하다 무산된 ‘상호 관세’를 집권 2기 본격화하자 초반부터 글로벌 무역전쟁 확전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예를들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예고한 유럽연합(EU)의 경우 미국산 자동차 수입에 10%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은 EU산을 포함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2.5%의 기본관세를 매긴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EU산 자동차 수입에 7.5%의 상호 관세를 추가 부과함으로써 EU와 관세율을 같은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
상호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시절부터 꾸준히 언급한 정책이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에 상호무역법 제정을 촉구했다. 지난해 대선 공약에도 ‘상호관세 적용을 위한 상호무역법’이 포함됐다.
▶철강·알루미늄 다음은? 車·반도체·의약품 ‘전방위 표적’=트럼프 대통령이 10일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도 관세를 검토중이라고 밝힘에 따라 EU의 자동차가 십자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고조된다.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관세율이 상호 맞지 않은데다 지난 2일 EU를 콕 집어 “(미국이) 3500억달러 (무역)적자다. EU에 대한 관세 부과는 매우 곧(pretty soon) 될 것”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에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내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9일 차기 총선 토론회에서 미국의 관세에 맞서 ‘고통을 줄 대응 방안’(list of cruelties)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 외교적인 표현으로 설명하자면, 유럽연합(EU)은 1시간 내에 대응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EU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내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베른 랭 EU 국제통상위원장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EU는 미국산 자동차 관세율을 미국이 EU산에 부과하는 2.5%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출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품목에는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도 가시권에 들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가 ‘선(先)관세 부과 후(後) 협상’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관세 자체가 목적이라기 보다 해외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더 많은 공장을 짓도록 하기 위한 압박용 카드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10일 대만언론에 따르면, TSMC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정책에 협조해 미국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10∼11일 이틀간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 단지에서 열리는 TSMC 이사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정책에 대한 투자 대응 등이 핵심 안건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이사회에서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21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에 1.6㎚(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신규 건설안과 관련한 투자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품에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모든 형태의 의약품”에도 수입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1994년부터 주요 무역 상대국들과 의약품 생산에 사용되는 의약품 및 화학물질에 대한 상호 관세 철폐에 합의했다. 트럼프가 밝힌 대로면 이를 무효화하고 전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다만, 걸림돌은 인플레이션이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과 상호관세는 핵심 인플레이션 척도인 개인소비지출물가지수(PCE)를 0.4%포인트 높일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30일 유예 이후 발효된다면 인플레이션이 3.5%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