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가상자산 ETF 상장 논의 시작해야…밸류업 세제 혜택 확대 노력할 것” [투자360]

2025년 신년 기자간담회
‘코리아 프리미엄을 향한 거래소 핵심전략’ 발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개최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코리아 프리미엄을 향한 거래소 핵심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신동윤 기자


[헤럴드경제=신동윤·신주희 기자]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조속히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에 논의를 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부 주도의 주가 부양책 ‘밸류업 프로그램(이하 밸류업)’에 속도를 더 붙이기 위해 ‘세제 혜택’ 범위를 넓힐 수 있는 방안도 찾겠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개최한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에선 가상자산 선물에 이어 현물 ETF까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한국도 너무 늦춰지지 않도록 금융 당국과 가상자산 ETF 도입 방안과 구체적 일정 등에 대해 점진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열린 올해 증시 개장식 신년사에서 정 이사장은 “가상자산 ETF 등 신규사업에 대한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며 자본시장의 새로운 영역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상자산 ETF 상장이 새해 중점 추진사항이란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개최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코리아 프리미엄을 향한 거래소 핵심전략’을 발표한 뒤 이어진 질의·응답(Q&A)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 이사장은 지난해 역량을 집중했던 밸류업에 대해 “상장 기업들이 역사적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섰고 배당 성향도 상향 조정하는 등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거래소의 정책들이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데 의의를 둔다”면서도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탓에 글로벌 증시 랠리와 달리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점은 다소 아쉽다”고 했다.

이어 정 이사장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밸류업 세제 혜택’ 범위를 확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도 했다. 그는 “세제 혜택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세제 혜택도 제안함으로써 기업들의 밸류업 노력에 확실한 보상이 따르도록 할 것”이라고 짚었다.

정 이사장은 코스닥·코넥스 시장의 구조 개편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코스닥 시장이 처음 문을 열었던 1996년만해도 해당 시장 상장 만으로도 영광스럽단 인식이 있었지만, 현재로선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거래소가 중심이 돼 금융 당국, 관련 연구 기관과 함께 시장 구조 개편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 지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이날 정은보 이사장은 ‘코리아 프리미엄을 향한 거래소 핵심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자본시장 밸류업 달성 ▷미래 성장동력 확보 ▷투자자 신뢰 제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란 ‘4대 핵심전략’과 이를 구체화한 ‘12개 추진과제’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확고한 정착을 위해 정 이사장은 “밸류업 우수기업 선정·표창, 기업 간담회·컨설팅 확대, 밸류업 펀드 투입 증대 등 정책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거래소가 지수사용권 개방으로 한국물 지수 파생상품의 해외 상장을 허용하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등 편입을 위한 해외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오는 6월부터는 파생상품시장 야간거래를 도입해 리스크를 헤지하고, 파생상품 투자자의 편익 제고에도 나선다.

정 이사장은 기존 수수료 중심 수익구조에서 탈피해 미래 먹거리를 적극 발굴하겠다며 지난해 신규 출범시킨 ‘미래사업본부’의 역량 강화를 통해 올해도 수익모델 다변화를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인덱스·정보사업 조직역량을 강화해 인공지능(AI) 시대에 부합하는데이터 생산·관리·유통체계 구축함과 동시에 ‘밸류업 연계·인컴형·해외 파트너십 지수’ 등 혁신 지수 라인업 확대를 기반으로 데이터·인덱스 사업 고도화를 추진할 것”이라면서 “신규 투자수요 확대를 위해 KOFR-OIS 청산 개시, 코스닥 150 위클리옵션과 배출권 선물 상장을 추진하는 등 금융투자상품 라인업도 확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개최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코리아 프리미엄을 향한 거래소 핵심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 이사장은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절차를 효율화함으로서 부실·한계기업에 대한 퇴출을 강화하고,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확대 등을 통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데도 역량을 쏟을 방침이다.

오는 3월 31일 공매도 재개를 앞둔 가운데,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 도입을 통해 불법 공매도를 원천 차단하는 체계를 마련해 투자자의 신뢰도 회복에도 집중한다는 게 정 이사장의 설명이다.

다음달 4일로 다가온 대체거래소(ATS) 도입에 맞춰 정 이사장은 “한국거래소가 관리하게 될 통합 시장운영·청산·결제·감시 체계 등을 안정적으로 구축해 효율적인 거래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 이사장은 ATS 출범을 통해 위탁매매중개 부문의 수익은 일정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경쟁 속에서 위탁매매중개 수수료 이외의 수익 모델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며, 투자자의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장 환경 마련에 앞장서겠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해외사무소 개설을 통해 글로벌 기관투자자 대상 K-밸류업 홍보·마케팅 행보에도 박차를 가한다. 그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공시체계 확립을 위해 국제 표준(XBRL2.1)을 적용한 차세대 상장공시시스템을 구축하고, AI 기술을 고도화 한 영문 공시 번역 서비스 개선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4대 핵심전략 외에도 한국거래소는 부산 본사 이전 20주년을 맞이해 ▷금융 특화 자율형 사립고 설립 추진 ▷지역 유니콘기업 육성 지원 ▷부산 맞춤형 사회공헌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정 이사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의 고조 등으로 올해 자본시장 환경은 녹록치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국 시장이 ‘프리미어 자본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전략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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