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불황에 혜택 줄고 연회비만 껑충

작년 하반기 신용카드 연회비 분석
2023년 평균 7만원→17만원 돌파
혜택 많은 일반 알짜카드는 없애고
고가 프리미엄카드 발급비중 23%




지난해 단종된 신용카드가 역대 최대(482종)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신용카드들의 연회비 평균치는 17만원을 돌파했다. 더딘 금리 인하와 수수료 급감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카드사들이 혜택이 좋은 기존 카드를 없애고 연회비를 높인 신규 카드를 대체 출시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알짜 카드’들은 점점 자취를 감추면서 일반 금융 소비자의 편익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 기준 신용카드 단종 건수는 2022년 67건에서 2023년 405건, 2024년 482건으로 급증했다. 카드사들은 수익원에 도움이 되지 않은 카드는 줄줄이 단종시키고 있다. 지난해 단종된 신용카드는 연간 역대 최대치였다. 특히 리뉴얼을 명목으로 혜택이 좋은 ‘알짜 카드’를 단종시키고 연회비를 높여 신규 상품을 출시하는 빈도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신용카드 비교 서비스를 운영하는 ‘뱅크샐러드’에 의뢰해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 새로 출시된 신용카드 74종의 연회비 평균은 17만4581만원으로 집계됐다. 통상 연회비가 10만원이 넘는 카드를 ‘프리미엄 카드’라고 부른다. 2023년까지만 해도 신용카드 연회비 평균치는 7만원을 밑돌았지만 작년 상반기 10만원 선을 처음 돌파하더니 하반기 들어선 15만원 선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카드사들이 연회비가 10만~20만원대로 비교적 비싼 프리미엄 카드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전체 평균치를 쑥 끌어올렸다. 지난해 하반기 새로 출시된 신용카드 중에서 프리미엄 카드가 차지하는 비중만 23%에 달한다. 주로 8월과 11월에 신상품이 쏟아졌다. 인기 카드 역시 프리미엄 카드가 대세를 이루면서 연회비도 나날이 올라가는 추세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새로 출시되는 신용카드 라인업에서 프리미엄 카드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중 상당수가 항공권, 여행, 호텔, 마일리지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고 전 세계 공항 라운지 이용 혜택도 기본값이 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프리미엄 카드 출시에 힘을 쏟은 곳은 현대카드다. 연회비 15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카드만 15건을 선보였다. 현대카드는 처음으로 연간 신용판매액 1위 자리에도 올랐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카드의 신용판매액은 166조2688억원으로 신한카드(166조340억원)를 제쳤다. 이에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6년 만에 프리미엄 카드를 내놓으면서 시장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10일 신한카드는 연회비 30만원의 프리미엄 카드 ‘더 베스트 엑스(The BEST-X)’를 출시했다.

카드사가 프리미엄 카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우량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프리미엄 카드를 발급한 고객은 비싼 연회비에 상응하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 30만~50만원 수준의 카드 실적을 충족하려 한다. 특히 경기 불황으로 자영업이 직격탄을 맞은 데다 카드사들의 주 수익원이었던 가맹 수수료가 급감하면서 VIP 고객 유치가 더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드가 제공하는 혜택이 많아 수익성은 크지 않지만 VIP 고객들의 매월 고정 매출은 지금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요하다”면서 “최근 카드 업계는 시장 기대보다 더디게 떨어지는 금리 때문에 조달 비용에도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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