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11% 상승…3000달러 돌파 전망
인플레 회피 銀 급등, 銅 선제 확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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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금(金)이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덩달아 은(銀)도 인플레이션 헤지 목적으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4월물은 트로이 온스(1ozt·약 31.10g)당 1.7% 오른 2936.9달러를 기록했다. 금 현물 역시 2900달러를 넘었다. 금 가격은 지난해 30% 가까이 오른데 이어 올해 들어서 이미 11% 가량 상승했다. 그럼에도 계속 상승해 3000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값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 미국 재정적자 우려 등이 더해지자 안전자산 선호로 계속 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각국 중앙은행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세계금협위원회(WGC)에 따르면 중앙은행들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1000톤 이상의 금을 매입했다.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지난해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54% 급증한 333톤을 사들였다. 특히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금 매입을 6개월만에 재개하는 등 계속해서 글로벌 금 시장의 큰 손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통상 금은 금리,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성을 깨고 고금리, 강달러 환경에서도 금값은 오르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폭격이 금에도 적용될 것이란 우려에 세계 최대 금 보관소인 영국 런던에서 미국 뉴욕으로 금을 미리 옮겨놓으려는 수요가 폭발한 것도 미국의 금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현재 뉴욕에 보관하는 금괴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 이후 90% 이상 급등했다고 전했다.
관세 충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는 헤지 수단으로서 금은 물론 은까지 주목하게 하고 있다.
연초 이후 국제 은 가격은 10% 가량 올랐다. 특히 은은 귀금속으로써의 역할은 물론 전기전자, 태양광, 금속합금 등 산업 생산에 사용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나 될 정도로 크다. 이 때문에 은은 귀금속으로서 안전자산이기도 하지만 글로벌 제조업 PMI와 동행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헤지 용도로도 쓰인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 환경에서는 금 가격 성과가 우세하지만 인플레이션 헤지에서는 산업용 수요 비중이 높은 은 가격 성과가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가파른 금 가격 상승으로 인해 금/은 교환비율이 상승하면서 은에 대한 대체 수요도 나타나고 있다.
구리 가격은 ‘트럼프 관세’가 직접적으로 들쑤시는 부문이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COMEX 구리 선물 가격은 런던비철금속거래소(LME)보다 톤당 800달러 넘게 웃돈이 붙었다. 이로 인해 구리 가격은 톤당 1만달러를 돌파했다.
두 거래소 간 가격 차이(프리미엄)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250~500달러 범위에서 유지돼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산업용 금속에 대한 관세 부과 우려가 현실화되자 치솟았다.
구리 가격은 경기와 밀접하게 연동하기 때문에 경기 침체 여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로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 구리 가격은 지난해 톤당 1만1000달러까지 올랐지만 가격 상승세 부담과 전세계 수요 감소 우려 등으로 9000달러 선에서 보합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구리 가격 상승은 수요 확대라는 긍정적 요인 때문이 아닌 오로지 관세가 부과되기 전 미리 사놓으려는 경쟁으로 일어나고 있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관세 발효 전 재고를 확보하려는 미국 거래자들의 수요와 더불어 잠재적인 국내 공급 부족에 대한 두려움이 비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김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