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UPI]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기업들의 해외 뇌물에 대해 수사하지 말 것을 법무부에 지시했다. 국내외 기업들이 미국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는 것은 수사 대상이지만, 자국 기업들이 외국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는 것은 미국 정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는 취지다.
10일(현지시간) CNBC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법무부가 외국 관리 뇌물 수수를 금지하는 법률을 이행하는 것을 일시 중단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해당 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외국 경쟁사들보다 불리해질 수 있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이 행정명령은 ‘해외 부패 방지법(FCPA)’과 관련된 수사를 중단하고, 해당 법률과 관련된 현재 및 과거의 집행 조치를 검토하고 새로운 집행 지침을 마련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FCPA는 1977년 제정된 법률로 미 기업들과 미국인, 또 미국에서 주식을 발행한 외국 기업들이 외국관리들에게 뇌물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다. 1988년 뇌물 전달이 미국에서 이뤄진 외국 기업과 외국인으로 확대 적용됐다.
FCPA를 위반하면 최대 15년 징역형과 25만달러(약 3억6300만원) 벌금, 또는 외국 관리가 뇌물로 요구한 금액의 3배를 벌금으로 내도록 돼 있다.
집권 1기 당시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FCPA를 폐지하기 원했으며 이 법을 ‘끔찍한 법’이라고 부르며 “우리가 이를 집행하기 때문에 세계가 우리를 비웃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이같은 결정은 규제 완화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과 미국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백악관 관계자는 “법률 일시 중단은 FCPA가 (미국의) 경제적 이해와 국가 안보에 부합하도록 조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24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3년에는 17건이 적발됐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TI)의 게리 콜먼 미국 사무국장은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미국의 글로벌 부패 대응을 약화시키며 궁극적으로 완전한 폐지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