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추석 급증, 등록제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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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조된 유기견 구정이(왼쪽)와 신정이. 두 강아지의 이름은 이들이 발견된 동물보호센터에서 지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
설 연휴의 시작이었던 지난달 27일. 새벽부터 눈·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사람이 폐쇄회로(CC)TV 화면에 잡혔다. 손에는 뭔가를 들고 있었다. 주변을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건물 현관에 손에 든 물건을 두고 반대편 인도로 사라졌다.
그곳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운영하는 카라더불어숨센터(이하 센터)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두고 간 것은 반려동물 케이지. 거기엔 작은 포메라니안과 푸들이 한 마리씩 놓여 있었다. 낮은 기온에 부들부들 떨고 있던 두 강아지는 그로부터 2시간이 지나서야 센터 직원에게 발견됐다. 이름이나 나이 따위를 알 수 있는 쪽지는 없었다. 센터 건물 입구에는 ‘동물 유기는 범죄입니다’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다.
센터 직원은 따뜻한 곳에서 강아지들을 안정시켰다. 씻기고 나니 두 강아지 모두 다리를 절고 있었다. 센터에서는 두 강아지에게 각각 ‘구정이’이와 ‘신정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명절에 복을 받아 처음 주인을 만나진 못해도 더 예뻐해 주고 아껴줄 새로운 가족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구정이와 신정이는 두 마리 모두 현재 정밀검사를 앞두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전진경 대표는 유기된 강아지들의 재입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 의식 없이 필요에 따라 키우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동물의 탓으로 돌려 유기하고서 ‘센터에 뒀으니 살길을 찾아줬다’는 잘못된 합리화를 멈췄으면 좋겠다”며“특히 아픈 동물에 대한 책임까지도 처음부터 고려해야 하지만, 명절 기간에는 유기되는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명절에 구조된 구정이와 신정이는 6세 이상으로 추측된다. 고령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입양이 쉽지 않은 애매한 연령대다. 전 대표는 “국내에서는 한두 살 미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나이가 있는 동물의 입양이 더욱 어려운 실정”이라고 부연했다.
반려동물과 사는 인구가 1500만명을 넘은 가운데 해마다 유실·유기되는 동물은 11만 마리를 웃돌고 있다.
11일 농림축산검역본부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유실·유기 동물 구조 현황에 따르면 국내 유실·유기동물 발생은 2019년 13만5791마리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2021년 11만8273마리 ▷2022년 11만3440마리 ▷2023년 11만3072마리 등으로 여전히 매년 약 11만 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가 작성한 ‘2023 유실·유기동물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설 연휴 직후였던 2023년 2월 유실·유기동물 발견 건수는 7272건으로 전년(6432건)보다 13.1% 증가했다. 추석 연휴가 있던 그해 10월에는 1만312건으로 전년보다 5.2% 증가했다.
각 지자체 차원에서 버려지는 동물을 줄여보겠다고 나름대로 묘책을 내놓고 있다. 명절을 앞두고 ‘반려견 돌봄 쉼터’를 운영하거나 농림축산식품부가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을 통해 유실·유기동물 제보를 받고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동물 등록 제도 개선과 동물 유기 처벌 강화를 지적했다. 권유림 변호사(법무법인 선경)는 동물 등록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물등록 제도가 정착돼야 하고, 소유자 확인이 가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효성을 높이려면 내장형 등록 방식으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도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