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총연합회 회장으로 취임
세계한인회총연합회에서 ‘회’자 없애
진정한 한인들 모임으로 혁신 또 혁신
고 회장은 베트남 유통신화의 주인공
“재외동포는 오늘날 한류열풍 원동력”
정부에서 동포 자긍심 고취시켜줘야
MZ동포 한인회 참여 확대는 큰숙제
동포청 예산 턱없이 부족, 확충해야
베트남에서 한국식품 유통매장을 150개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가로 우뚝 서며 현지 유통신화를 쓴 고상구 세계한인총연합회 회장. 지난해 10월 제2대 회장에 취임한 그는 코리아헤럴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혁신 리더십으로 730만 재외동포의 권익을 대변하는 진정한 대표 단체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고 회장은 오늘날 한류열풍은 각 나라에서 성실하고 부지런히 살아온 재외동포들이 원동력이 됐으며, 정부는 이에 재외동포의 애국심과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진정한 배려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회장이 헤럴드스퀘어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해묵 기자 |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 2002년 10월. 한 기업가가 꿈을 안고 베트남 하노이의 백화점 사업에 진출했다. 23억원을 투자했다. 23년 전의 23억원은 큰 돈이었다.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호찌민이 적합했다. 교민 숫자도 호찌민은 3000~4000명, 하노이는 500명 정도였으니 어쩌면 호찌민에서 비즈니스를 하는게 낫겠다 싶었다. 그런데도 그 기업가 판단은 달랐다. 하노이는 그에겐 신생지였지만, 시장 성장 가능성은 호찌민 이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판단은 정확히 틀렸다. 백화점 사업을 시작한지 6개월만에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백화점은 당시 하노이에선 ‘맞지 않는 옷’이었다. 하노이 시민들 경제적 수준에선 재래식 시장이 딱 이었고, 거기서 잘해봐야 하이퍼마켓 정도였으니 백화점 비즈니스는 너무 성급했던 것이다. 거의 망했다. 할 수 없이 ‘땡처리’에 나섰다. 50~90% 할인을 해서라도 한 푼이라도 더 건져야 했다. 필사의 노력이었고, 없던 힘까지 쥐어 짰다. ‘이렇게 해서라도 못팔면 영원히 못팔겠구나’하며 10원이라도 더 팔아 돈을 만들어야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쓰레기까지 다 팔았다고 할 정도로 다 팔았다. 그렇게해서 3억원을 건졌다. 23억원을 투자해서 달랑 3억원을 건졌으니 누구는 ‘말아먹었다’고 하겠지만, 그는 생각 포인트를 바꿨다. 스스로 ‘성공한 실패’라고 규정했다. 주변에서 지인과 가족들은 베트남에서 망했으니 다시 한국에 돌아오라고들 했다. 오기가 생겼고, 뭔가 자신감도 얻었다. 이렇게 곱씹었다. 실패는 성공의 디딤돌이 아닌가. 내가 베트남에서 20억원을 까먹었는데, 3억원을 건진 것도 그렇고, 시행착오 끝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으니 이 얼마나 큰 노하우인가. 그래 다시 시작하자.
두 팔을 걷어부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나섰다. 그게 바로 ‘인삼’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제품, 인삼이라면 성공 가능성이 커 보였다. 인삼코너를 만들었고, 잘 팔렸다. 당시 ‘양복’에도 공을 들였다. 곤지암이나 이천 등 한국에서 다 못판 이월상품을 4만5000원에 들여와 10만원에 판매했다. 인삼과 한국산 양복은 하노이에서 인기상품이었다. 베트남 경제가 개방이 되면서 해외투자 기업이 들어오고, 부동산 붐과 함께 아파트들이 많이 지어지고 인허가 단계가 발생하면서 외국 관료나 기업인 방문이 급증하면서 베트남 관료나 리더층 역시 양복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그러니 양복사업은 순풍을 탔다. 스타코리아로 대박을 터뜨린 인삼과 함께 사업은 보란듯이 성공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식품 유통매장을 150개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가로 우뚝 선 고상구 K마켓 그룹 회장의 현지 유통신화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글로벌 경영과 혁신 리더십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해 10월 세계한인총연합회(세한총연) 제2대 회장에 취임했다. 세계한인총연합회는 2021년 창립됐고,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500여 지역한인회와 10개 대륙별한인총연합회를 하나로 묶는 네트워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세한총연은 현재 고 회장의 리더십 아래 730만 재외동포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표 단체로 거듭나는 중이다. 그는 제18차 세계한상대회장, 제2대 장보고한상수상자협의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민주평통 아시아ㆍ태평양 부의장을 맡고 있는 등 국내는 물론 글로벌 무대에서 K경쟁력 강화에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인물이다.
세계한인총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지난 10일 헤럴드미디어그룹(코리아헤럴드ㆍ헤럴드경제)을 방문한 고 회장은 첫 일성을 통해 “정부가 한국의 경제와 문화 확산에 큰 기여를 해온 재외동포들의 위상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는 대접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재외동포들의 애국심과 자긍심을 고취할 명분을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일례로 그는 “무슨 무슨 체육단체 예산도 수천억, 조가 넘는 상황에서 재외동포청의 예산은 1000억원 정도이고 그것도 정체 분위기인데, 3년 안에 1조원으로 올려줘야 한다”고 했다.
봉사 정신은 고상구 회장 리더십의 핵심 키워드다. 그는 청년시절부터 JC 활동을 했고, 그때부터 봉사가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사업임을 철학으로 삼아왔다. 그는 ‘봉사가 가장 아름다운 사업’이라는 글귀를 지금도 가슴에 품고 있다고 한다. 박해묵 기자 |
오늘날 K경쟁력의 상당부분을 재외동포들이 기여한 것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도 했다. 고 회장은 “현재의 K팝, K푸드, K컬처 등 이런 것이 한국과 한국 아이돌 스타들이 잘해서 이뤄진 것도 있지만, 전세계 한류문화를 홍보하고 알리는데 있어서 재외동포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놓쳐선 안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재외동포들이 정말 성실하고 부지런히 성공을 일궈왔기에 현지인들도 그걸 인정하고, 한국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 것이며 그게 오늘날 한류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젊은층의 한인회 참여 확대 구상도 밝혔다. 고 회장은 “동포 1~2세대가 고령화되면서 뒤를 이을 MZ 재외동포의 한인회 흡수가 절실하지만, 그 방법론엔 많은 난관이 있다”며 “재외동포 MZ들이 더이상 정체성을 잃기 전에 한인회 참여를 유도하는 혁신 솔루션을 개발하는 게 숙제”라고 했다.
다음은 730만 재외동포를 이끄는 고 회장과의 인터뷰 질문과 답변.
▷세계한인총연합회장 취임을 늦었지만 축하드린다. 회장을 맡은지 4개월정도 됐는데, 짧지만 성과가 있었다면.
-원래 연합회는 ‘세계한인회총연합회’였다. 그 명칭에서 ‘세계한인총연합회’로 바꿨다. 인터뷰를 통해 처음 말하는 것인데, 정관 개정을 통해 ‘회’자를 하나 뺐다. 작지만, 큰 의미가 있다. 세계한인회총연합회라고 하면 500개 한인단체 회장들의 모임이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세계한인총연합회라고 하면 한인 회장단 모임이 아니라 730만 재외동포의 권익을 위한 모임이 된다. 그 의미에 충실하기 위해 정관을 개정한 것이다. 재외동포들의 권익을 위한 진정한 단체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다지려는 차원에서 그렇게 했다. 재외동포들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대변하는 첫단추로 이해해달라.
▷세계한인총연합회를 구체적으로 소개해달라.
-세계한인총연합회 산하에는 10개 대륙별 한인총연합회가 있다. 미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ㆍ중동, 오세아니아, 중남미 등에 포진해 있으며 500개 해외지역에 총연합회가 있다. 세한총연의 지향점은 ▷재외동포의 위상 제고 ▷권익보호와 네트워킹 ▷모국 대한민국에 대한 기여 ▷재외동포 참정권 참여 촉구 등의 중심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포사회가 유대인이나 화교 못지않게 단결해 앞장서 모국을 돕는 데 힘써 재외동포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다.
▷세한총연의 2030비전엔 내외 동포간 상호발전과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글로벌 플랫폼이란 비전을 수립해 선포한다고 돼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플랫폼을 뜻하나.
-전세계 750만 한인들이었는데 사실 코로나 이후 730만 정도로 동포가 줄었다. 중국 동포들이 많이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된다. 전세계 180개국 500개 한인회가 있는데, 현재 우리 세한총연에 가입된 한인회는 380여개 정도다. 500개 중에 숨은 한인회들이 많다는 뜻이다. 아프리카 등 작은 나라에 숨어있는 한인회, 또 우리에 참여하지 않는 나라 한인회 등을 다 유치해야 한다. 그 이유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고, 우리가 해야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 나라 재난, 위기, 질병, 전쟁 등이 닥쳤을때 보호받지 못하는 한인들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나라에 몇명이 있고, 한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구조하고 도움주지 않겠나. 이는 정부에서도 파악이 안되는 곳이 많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리스트 중 재외동포청도 모르는 곳이 적지 않다. 한인 네트워크가 정부 손에 닿지 않는 곳도 많다는 의미다. 이걸 찾아내서 도움을 주는 것은 의미가 크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숨은 한인들을 찾아낼 것이다. 지구촌 곳곳에 있는 한인들을 우리 동포 조직을 통해 알아보고 찾아내야 한다. 이것이 세한총연의 새로운 임무다.
▷재외동포 2~3세, 나중에 4~5세로 내려가게 되면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보다는 모국에 대한 끈이 약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젊은층의 해외동포 네트워크 참여 확대가 세한총연으로선 숙제가 될 것 같다. 어떤 복안이 있나.
-중점 사업이 여러개 있지만, 제일 역점에 두는 게 차세대 육성이다. MZ세대랄까, 요즘 아이들은 한인회에 관심이 없다. 인공지능(AI) 문화 속에 살아가는 차세대들이 한인회 단체에 나와 헌신하고 봉사할까. 나와주는 것만으로 다행일 정도일지 모르겠다. 세대가 점점 흘러가면 정체성이 없어진다. 그 대목에서 한인회 걱정은 점점 커져간다. 예를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이 점차 확대되면 아이들은 미국사람이 되는 것이다. 한국 말도 잊어버리고. 한국 사람이라는 자부심도 없어진다. 그래서 정체성을 확립해야한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일깨워야한다. 이 사업이 가장 중요하다. 향후 20~30년 뒤 한인사회 역시 초고령화를 맞이하면, 저나 모두 사라질 사람들 아닌가. 더 늦기 전에 MZ 동포들의 참여를 확산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그 혁신 솔루션을 실행하고 싶다.
▷재외동포청하고 손잡고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면 될 것 같은데.
-하고는 있다. 하지만 이런 일엔 조직 외에도 예산과 직결되는데 그게 힘들다. 동포청을 중심으로 한글학교나 20~30명 규모의 차세대 동포 모국 방문 등 여러 프로그램을 하곤 있지만 효과 측면에선 회의적이다. 동포청 예산이 1000억원 조금 넘는데, 그것으론 턱없이 부족한데다 사업비는 더 적다. 옛날 동포재단때보다 사업비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조직은 커졌는데. 운용비가 많이 들어서다. 재단 예산은 667억원 정도였는데 사업비는 그때가 더 많았다. 동포청 예산을 확대해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재외동포들은 글로벌 공공외교의 큰 자산이 아닌가. 그런 점을 어필하면 좀 개선되지 않을까.
-맞는 말이다. 한인들이 글로벌 공공외교에 기여하는 바는 정말 크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걸 연합회는 할 수 있다. 정부가 하려면 예산이 있어야하고, 조직이 움직여야 하지만, 한인들은 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바로 할 수 있다. 그런 조직이 한인 조직이다. 베트남은 동남아 한류 거점이다. K팝, K푸드, K컬처 등 한류열풍인데 한국 아이돌 스타들이 잘해서 그렇게 된 측면도 있지만, 전세계 한류 문화를 홍보하고 알리는데 있어서 재외동포들의 역할이 막대했다. 한인들이 각각의 나라에서 제대로 성취하지 못하고 성실하게 살지 않았다면 어떤 나라 국민들이 우리 한국 문화를 받아들이겠는가. 우리 재외동포들은 정말 부지런하게 성공을 일궈왔고, 좋은 평판을 유지해왔다. 각 나라 친구들을 한식당에 데려가 K푸드를 알려줬고, K컬처를 확산시켰다. 공공외교이자 홍보대사 역할을 한 것이다. 730만 한인들이 한류의 밑바탕, 밑그림을 깔아놓은 것이다.
고상구(오른쪽) 회장이 헤럴드와의 인터뷰 후 최진영 헤럴드미디어그룹 대표와 후암동 붕어빵 스토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가게에서 팥라떼와 붕어빵을 맛본 그는 후암동 동네 정취가 너무 정이 묻어나오고 사람 냄새가 난다며 헤럴드의 인터뷰 초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
▷정부의 재외동포들에 대한 대접이 소홀하다고 매우 섭섭한 것 같은데.
-한인들이 해외 커뮤니티에서 인정받고 살아왔기 때문에 한국 문화가 더 대우받는다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재외동포가 큰 자산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이 재외동포를 자산으로 평가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730만 재외동포 중 투표권을 가진 사람이 190만표가 넘는다. 한 예로 경상북도가 240~250만명 정도인데 예산이 13조원이 넘는 것으로 안다. 모든 시군 예산을 포함해 기껏 1000억원 가지고 730만 네크워크를 관리하는 곳이 없다. 재외동포들이 깔아놓은 인프라는 경제적 가치로 따지만 정부가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세금으로 해도 이런 인프라는 깔아놓을 수 없다. 동포들이 다 인프라를 구축해 놓은 것이다. 이를 국가가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조직의 리더는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리더 중에는 명예욕을 갖고 하는 사람이 있고, 봉사정신과 사명감을 갖고 임하는 사람이 있고, 본인 사업과 이권에 도움이 돼서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조직의 장은 명예욕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명예도 하나의 가치다. 다만 봉사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자기 사업과 이권과 관련된 마음이 있으면 (조직은)망한다. 명예욕과 봉사 정신, 리더에겐 이 두가지 덕목이 중요하다. 저는 청년시절부터 JC 활동을 했고, 그때부터 봉사가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사업임을 철학으로 삼아왔다. ‘봉사가 가장 아름다운 사업’이라는 글귀를 지금도 가슴에 품고 있다.
▷현재 민주평통자문회의 부의장직도 맡고 계신데.
-임기가 올해 8월까지로, 8월말이 되면 끝난다. 부의장은 미주, 유럽, 아프리카, 중동, 일본, 중국 등 5명이 있는데, 저는 민주평통자문회의 부의장으로서 아시아 태평양 26개 나라를 맡고 있다. 임기가 끝날때까지 민주평통 일도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 올해 부지런히 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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