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롯데콘서트홀서 ‘대니 구’ 이름 건 콘서트 개최
앉아서 관객 기다리지 않아…클래식 문호 활짝 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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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2025 롯콘 마티네 대니 구의 플레이리스트’ 공연 간담회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더 다양한 관객이 클래식과 사랑에 빠지게 하는 것, 그게 제 역할이지 않을까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34)는 ‘클래식계 아이돌’로 불린다. 그가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 것은 2021년 JTBC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2’.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그는 클래식 공연장마다 이례적 함성을 안고 다니는 주인공이 됐다.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즐겨 먹는 파워 E(외향형), 한시도 쉬지 않는 초긍정 ‘해피 바이러스’ 대니 구의 ‘나 혼자 산다’(MBC) 출연은 기존 팬덤에 화력을 더했다. 예능 출연 이후 그가 본업으로 돌아가면, 클래식 공연장은 대니 구를 닮은 화사한 기운이 넘실댔다.
‘탁월한 만남’이다. 대한민국 대표 클래식 공연장인 롯데콘서트홀에서 마티네(matine, 평일 오전 및 낮 공연)를 재개, 대니 구를 새로운 얼굴로 내세웠다. ‘2025 롯콘 마티네 대니 구의 플레이리스트’라는 이름으로다.
롯데콘서트홀은 그간 ‘김정원의 슈베르티아데’(2017), ‘최수열의 고전두시’(2018), ‘백혜선의 베토벤’(2018), ‘강석우의 온 에어 콘서트’(2018) ‘김정원의 음악신보’(2018~2019) 등의 마티네 콘서트로 관객과 만나왔다. 올해는 대니 구를 새 얼굴로 앞세우며 마티네를 강화, 전문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무대를 꾸민다.
스스로는 “91년생에게 ‘아이돌’이라니 너무 민망하다”고 하지만, ‘클래식계 아이돌’ 다운 티켓 파워가 이어지고 있다. ‘대니 구의 플레이리스트’는 현재 국내 최대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서 클래식 장르 예매율 1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40대(36.6%), 30대(24.3%), 50대(21.9%) 관객층이 고르게 그의 공연을 찾고 있다.
다음 달 첫 공연(3월 20일)을 앞두고 최근 롯데콘서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대니 구는 “(클래식 연주자인) 우리가 사랑하는 클래식을 더 많이 알려줘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대니 구가 직접 구성한 세 번의 공연은 각각 영화(3월 20일), 클래식(4월 17일), 재즈(5월 15일)를 주제로 삼았다. “4월은 클래식하게 가되, 3월과 5월은 조금 대중적 장르로 넓혀보고 싶었다”는 생각이다.
첫 공연의 테마는 ‘시네마: 스크린 속 명곡들’.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오버 더 레인보우’,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나쁜 일은 꼭 나에게 일어나요(Everything Happens to Me)’, ‘여인의 향기’ 의 ‘간발의 차이로(Por Una Cabeza)’ 등이 연주된다. 국내 최정상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와 그의 밴드, 성악가 손태진이 함께 한다. 대니 구도 두 곡 정도를 함께 부를 예정이다.
정통 클래식을 선보일 4월 공연의 주제는 ‘봄’이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과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외에,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중 ‘봄’을 연주한다.
그는 “작곡가 바흐를 가장 좋아한다. 바흐는 그 시대의 ‘BTS’다”라며 “그와 함께 또 다른 ‘록스타’라 할 수 있는 피아졸라를 엮었다. 피아졸라의 음악엔 우리 국악과 판소리에 스민 ‘한(恨)의 정서‘와 비슷한 색이 있어 한국인과 잘 맞다고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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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2025 롯콘 마티네 대니 구의 플레이리스트’ 공연 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마티네는 오전 또는 낮에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공연이다. |
대니 구의 마지막 플레이리스트는 ‘재즈’다. 짙은 감성과 자유분방한 리듬감의 재즈는 대니 구가 자주 선보이는 장르다. 공연에선 스탠다드 재즈 곡을 비롯해 그가 즐겨 연주하고 부르는 팝 음악들을 함께 들려준다. 제랄드 마크스 & 세이무어 시몬스의 ‘나의 모든 것’(All of me), 스팅 ‘뉴욕의 영국인’(Englishman in New York) 외에도 칙 코리아의 ‘스페인’(Spain)을 들을 수 있다. 조윤성 트리오가 대니 구의 마지막 공연을 함께 한다. 대니 구는 “세 번의 공연 모두 예습없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했다”고 귀띔했다.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대니 구는 여섯 살에 바이올린을 시작, 보스턴 뉴잉글랜드음악원(NEC)에서 학사·석사를 마쳤다. 2016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이끄는 앙상블 디토의 객원 멤버로 함께 하며 한국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그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비디오방에서 빌려온 한국 드라마 ‘하얀거탑’을 보고 의사가 되고 싶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수술을 하는 의사의 모습에 매료됐다”며 “그러다 고3 직전 여름에 우연히 참가한 예술 축제에서 무대 위의 엄청난 긴장감을 느끼고 음대를 가야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늦게 시작한 만큼 지금까지도 그 불(열정)이 뜨겁다”고 돌아봤다.
미국에서의 성장 환경은 그가 클래식 음악가로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지해줬다. 대니 구는 “한국 문화에서 클래식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당시 우리 집은 그렇게 잘 살지 않았다”며 “다행히 미국에선 좀 더 기회와 문호가 넓다. 제가 두 달 만에 입시를 준비해 줄리어드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도 당장의 테크닉보다는 포텐셜(잠재력)을 봐주는 (미국의) 문화가 한 몫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공연인 ’핑크퐁 클래식 나라‘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음악 교육과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해서다. 대니 구를 따라다니는 또 하나의 별칭이 ‘핑크퐁 삼촌’이다. 올해 5월이 마지막 투어다.
그는 “뮤직 에듀케이션이 중요하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기 전에 (교육)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핑크퐁에서 만난 초등학생이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서 제 다른 연주회에 오면 너무 뿌듯하다. 가장 뿌듯한 커리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대니 구는 내년이면 한국 활동 10주년을 맞는다. 지난 시간 동안 그는 대중과 클래식 음악계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스스로도 “한국에 온 이유가 클래식과 대중 사이의 다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말한다.
“‘관객들이 언젠가 클래식을 들으러 공연장을 와주겠지’하고 막연히 기다리면 점점 더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세상에서 클래식에 들어설 문은 더 좁아질 것이라 생각해요. 예전엔 늘 최고를 꿈꿨지만, 지금은 ‘유일한 사람’이 되자는 일념으로 달리고 있어요. 지금의 한국에선 저밖에 할 수 없는 공연 구성으로, 제가 먼저 대중에게 다가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