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이후 5년여 만에 최대…한국 경제 불확실성 지수도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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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관세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의 ‘통상 불확실성 지수’가 넉 달 만에 15배 넘게 치솟은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이어 우리나라 수출의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와 반도체에도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통상 분야 경제 불확실성 지수(Economic Policy Uncertainty·EPU Index)는 1507.95였다.
경제 불확실성 지수는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뉴스 기사의 텍스트 데이터를 분석해 경제 흐름을 파악하는 것으로, 매월 지수가 산출·제공된다.
미국의 통상 불확실성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인 작년 9월 94.88이었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한 10월에도 194.76으로 낮게 유지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11월에 지수는 1,401.68로 급등했다. 이후 12월 1,325.12, 올해 1월 1,507.95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난달 불확실성 지수는 ‘트럼프 1기’ 당시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했던 2019년 8월(1946.68) 이후 5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15배 넘게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통상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면 불확실성 지수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본격화된 ‘관세 전쟁’이 중국을 넘어 동맹국까지 겨냥하는 등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지수는 오히려 상승했다.
이 같은 미국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 확대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KDI 경제교육·정보센터에 따르면 작년 12월 한국의 경제 불확실성 지수는 523.99로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약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 112.33, 11월 240.46에서 훌쩍 뛰어올랐다.
올해 1월에는 397.08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트럼프 1기와 코로나19 시기를 웃도는 높은 수치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될 경우, 한국 경제에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높은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민간 소비 등 내수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이는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