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서
5회 연속·7번째 올림픽 메달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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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이승훈이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9번째 아시안게임 메달을 획득하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지난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 출전한 이승훈이 질주하고 있다. [연합] |
1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9차례나 포디움에 올랐다. 대회에 출전한 기간도, 메달 횟수도 당분간 깨지지 않을 대기록이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살아있는 전설’ 이승훈(37)이 또하나의 값진 역사를 쓰며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 무대를 화려한 피날레로 장식했다.
이승훈은 지난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스피드 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팀추월에서 대표팀 후배 정재원, 박상언과 호흡을 맞춰 3분47초99를 기록, 중국(3분45초94)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이승훈은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9번째 메달을 획득, 한국 선수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주인공이 됐다.
이승훈은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의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 2017년 삿포로 대회의 금메달 4개, 이번 대회 은메달을 합해 총 9개의 메달을 보유하게 됐다. 이승훈은 공동 1위였던 쇼트트랙 김동성(금3·은3·동2)을 제치고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리스트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승훈이 갖고 있는 아시안게임 단일 대회 최다관왕(2017년 삿포로 대회 4관왕) 기록도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쇼트트랙 유망주였던 이승훈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1년 앞둔 2009년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과감하게 종목을 변경했다. 2009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 3관왕에 오를 만큼 쇼트트랙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기에 종목 전향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목표는 오로지 올림픽이었다.
위험한 도전을 선택한 이승훈은 그러나 종목을 바꾼지 1년도 안돼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은메달, 남자 1만m 금메달을 따내는 파란을 일으켰다.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로 꼽히던 남자 장거리에서 얻은 빛나는 성과였다.
그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매스스타트 금메달, 팀 추월 은메달을 획득했다. 34세에 출전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매스스타트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매스스타트는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이승훈에게 몸에 꼭 맞는 경기였다.
매스스타트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쇼트트랙으로 불리는 종목이다. 쇼트트랙처럼 기록이 아닌 순위로 메달을 결정한다. 이승훈도 “타임레이스에 익숙한 선수들보다 추월 능력이 좋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1988년생 이승훈에게 아시안게임은 이번이 마지막 대회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국제 종합대회 은퇴 무대로 삼았다. 불혹을 앞둔 이승훈은 내년 밀라노에서 올림픽 5회 연속 메달, 7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리빙 레전드의 화려한 ‘라스트 댄스’가 기대된다. 조범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