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철썩같이 믿게 됐다…MZ들의 尹 팬덤 실체는? [취재메타]

거리서 ‘탄핵반대’ 외치는 2030 만나보니
비상계엄으로 ‘부정선거’ 의혹 신뢰 느껴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번져나가
보수 유튜브, 커뮤니티 영향이란 분석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이 열렸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은 헌법재판소에서 약 150m 가량 떨어진 안국역 5번 출구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 뿐 아니라 지난 1월 초부터 열흘 넘게 이어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도, 광화문 집회에서도 2030세대가 눈에 띄었다.

12·3 비상계엄 이후 2030세대의 오프라인 집회·시위 참여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여의도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집회엔 2030 여성들의 적극적 참여가 주목받았다면, 1월 들어서 열린 대통령 체포·반대 집회에도 2030세대가 보인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젊은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부정선거’를 배경으로 꼽았다. 일부 유튜브 채널에서 주장하는 ‘형상기억종이’ 같은 부정선거 키워드도 언급됐다. 형상기억종이는 지난 21대 총선 개표 과정에서 등장한 키워드인데, 당시 개표 과정에서 일부 투표용지가 접혀있지 않고 펴져 있었다며 조작된 투표용지가 투표함에 들어갔단 의혹에서 비롯됐다.

30대 후반 여성 A씨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도 나갔지만, 부정선거는 몇몇 어르신이 얘기하는 ‘음모론’이라고만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계엄 이후 유튜브를 통해서 깊이 파보니까 이 형상기억종이가, 빳빳하게 펴진 종이들이 수두룩하게 나오는 걸 보고 ‘이건 뭔가 있다’고 딱 느꼈다. 모든 게 아귀가 맞아 떨어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20대 남성 B씨 또한 “어떻게 접힌 흔적이 없는 투표용지들이 발견될 수 있느냐”며 “비상계엄 이후 이 형상기억종이를 접하면서 부정선거가 있을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부정선거가 진짜 내란!’이라는 전광판이 달린 트럭이 지난 23일 오후 헌법재판소 인근에 주차돼 있다. 박지영 기자.


문제는 이들이 말하는 부정선거의 근거가 ‘실체 없음’ 판단이 났지만, 여전히 이를 신뢰한다는 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시연회까지 열며 반박했고, 대법원도 판결(2020수30)을 통해 개표용지가 부정선거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사소한 실수, 단순한 기계적 오류 등이 부정선거의 증거가 될 수 없음이 이미 입증됐다”며 부정선거를 주장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부정선거는 존재’ 믿음→윤석열 대통령 지지로
정치 무관심층에게도 ‘부정선거’ 전이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비상계엄 국면에서 부정선거가 일부 젊은층에겐 힘을 얻고 있다. 대통령이 비상계엄 발동 이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엉터리”,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계엄 발동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부 유튜버들이 부정선거를 아이템 삼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부정선거 정황을 정리한 게시물들이 쏟아졌다. 여기에 설득력을 느낀 2030이 오프라인 집회 참여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종명 성균관대 글로벌융합콘텐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부정선거 등을 전파하는 유튜브를 보면 그럴듯한 데이터와 누군가의 발언을 정교하게 짜깁기한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선동적으로, 호도하는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며 “진짜인 것처럼 믿게 해 지지자들을 더 깊게 개입시키고 심리적으로 동조하게끔 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정선거가 존재한다는 믿음은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번진 모양새다.

A씨는 “자기가 이긴 선거에 부정선거를 얘기하는 것이 쉬운 일이겠냐”며 “좌우 이념을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투표에 대한 문제를 바로 잡으려고 한 것을 보면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B씨는 “유튜브 신남성연대 등을 통해 부정선거를 접했고, 공부하고 나서야 왜 (대통령이) 계엄을 하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5·18 때의 계엄령과는 다르다. 이번 계엄은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기 위해서인 것”이라고 탄핵 반대 집회에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23일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한 참가자가 ‘왜곡보도 언론 퇴출’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박지영 기자.


이들은 부정선거를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민주당이 우파 유튜버를 고발하며 대응할수록 반감을 크게 느낀다. 헌재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고등학생은 “부정선거에 대한 영화까지 만든 김어준은 왜 부정선거에 침묵하느냐”며 “청년은 민주당의 위선적인 행보에 분노한다. 부정선거에 침묵하고 표현의 자유를 막는 민주당은 한국 정당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난동은 부정선거 의혹을 신뢰하는 대통령 지지층이 선을 넘은 결과다. 당시 경찰이 현행범 체포한 이들의 절반이 2030 남성일 정도로 젊은층이 대거 가담하기도 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2030 남성은) 앞서 민주정권이 상대적으로 약자로 취급된 이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면서 한국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박탈감을 느껴왔는데 윤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내세우면서 이들에게 손을 내민 부분도 보수 정권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고 진단하며 “특히 20대 남성들 위주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통해 감정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동조되면서 집회까지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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