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는 불가능하다’ 尹 79학번 동기 한숨만 푹푹 [세상&]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
2023년 중앙선관위 서버 점검 두고 격론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지난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에) 문제 있는 부분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개선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2024년 12월 12일 윤석열 대통령 담화문)

“보안 개선 조치 이후 (31.5점에서) 71.5점이 됐습니다. 저는 개선됐다고 생각했습니다.” (2025년 2월 11일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수년간 이어진 ‘부정선거’ 의혹이 결국 헌법재판소 법정 위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이유 중 하나로 선관위 전산 시스템의 부실 관리를 꼽았다. 선관위 서버 문제가 부정선거 의혹으로 이어졌고, 헌법기관인 선관위 점검을 위해서는 ‘비상조치’가 불가피했다는 논리다. 윤 대통령은 2023년 국정원의 보안 점검으로 시스템 허점이 드러났고 개선 여부를 알 수 없어 직접 확인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수장의 생각은 달랐다.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탄핵 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2대 총선 전 보안 시스템 개선은 완료됐다는 입장이다. 김 사무총장은 “부정선거 의혹과 선관위 자녀 부정채용 의혹이라는 2가지 명제를 가지고 이 자리에 왔다”며 “22대 총선을 치르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신 분들의 의견도 많이 경청했다”고 했다. 김 총장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답답한 듯 여러 차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김 총장은 윤 대통령과는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다. 선관위가 1986년 이후 37년 만에 ‘외부 인사’를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는 데다 윤 대통령과의 친분이 있어 ‘정치적 중립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10시간 릴레이 탄핵 심판…도마 오른 ‘부정선거’


헌법재판소는 11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증인신문은 저녁 8시 8분께 종료됐다. 이날 증인으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출석했다.

백 전 차장과 김 사무총장 증인 신문은 2023년 7월부터 9월까지 국정원, 중앙선관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가 실시한 합동 보안점검 결과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당시 국정원은 가상의 해커가 선관위 전산망 침투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취약점을 점검했다. 백 전 차장은 당시 보안점검 결과를 언론에 발표한 인물이기도 하다.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당시 선관위는 국정원이 정보통신기반시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기관 보호대책 이행여부 평가에서 100점 만점 중 31.5점을 받았다. 같은 평가를 받는 119개 기관의 평균 점수는 81.9점이었다. 다만 선관위는 22대 총선 전 정당 참관인 입회하에 2차례 국정원과 이행 현장 점검을 완료했다고 한다. 이행점검 결과 보안 점수는 71.5점으로 상승했다.

김 사무총장은 “보안 컨설팅이 부정선거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선관위 입장에서 서버 보안은 매우 중요하다. 서버가 공격받아 선거 조작이 가능해지면 자체로 해당 선거는 무효가 되기 때문”이라며 “때마침 국정원이 이런 내용 점검한다고 해서 진행했다”고 했다. 김 총장은 ‘보안점검’이 아닌 ‘보안 컨설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핬다. 자체적인 보안 강화 방안의 일환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보안컨설팅’에서 지적된 사항은 전부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실제 보안컨설팅 이후 정부에서 지원을 해줘서 선거 서버를 개선했다”며 “그런 상황에 22대 총선이 치러졌다. 서버 관련해 부정선거 논의가 계속된다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예방 차원에서 ‘보안 컨설팅’을 받았고 적극 개선 했지만, 컨설팅 결과만 주목받아 부정선거 의혹이 지속되어 안타깝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2023년 보안점검 결과를 언급하며 2024년 총선 이전 개선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2차례 이행 현장 점검 이후 보안 점수가 상승한 것에 대해 “저는 개선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행 점검 결과가 윤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 총장은 “국정원이 이행점검을 했기 때문에 국정원이 보고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선관위 서버 → 부정선거 ‘8단계’ 거쳐야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증인 신문을 마친 뒤 심판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


김 총장은 중앙선관위 서버에 기술적 허점이 다소 발견됐다 해도 공직선거법과 선거관리 지침 등에 따른 법적·제도적 장치를 고려하면 ‘부정선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김 총장은 국회 측 대리인인 이원재 변호사가 “기술적 해킹 가능성만으로 실제 선거 조작 등 부정선거는 실행 불가능하고 해킹 침해 흔적 또한 발견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묻자 “맞다”고 대답했다. 실물투표와 수개표가 주가 되고 전자장치는 보조수단이 불과해 서버 공격을 통한 선거 조작이 매우 어렵다는 취지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4·15 총선 불복 소송에서 제기한 ‘부정선거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아무리 봐도 이론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며 “선관위는 (결과가) 개표 단계에서 이미 확정된다고 본다”고 했다.

민 전 의원이 인천 연수구을 선거 소송에서 제기한 ‘사전투표 조작’ 시나리오는 크게 ▷투표 단계 ▷개표 단계 ▷개표 이후 증거보전 이전 3단계에 걸쳐 선거 조작이 일어난다고 본다. 투표 단계에서 선관위 서버를 조작해 사전 투표수를 부풀리고, 위조된 투표지를 투입하는 등 각 단계 별로 2~3개 세부 단계가 있다. 총 8개 단계를 거쳐 부정선거가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서버 점검’을 내세운 계엄군의 중앙선관위 침입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김 총장은 “우리나라는 불행한 역사로 인해 외국과 달리 선관위가 헌법기관”이라며 “특히 군부 권력이 선거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적법한 계엄 하에서도 선관위의 업무는 군부에 이양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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