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미리 준비한 정황 방범 카메라에 찍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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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초등학생 살해 교사 A씨가 범행 당일인 지난 10일 점심 때 학교에서 2km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마트를 향해 걷고 있다. [TV조선 갈무리]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자신이 몸 담은 초등학교에서 1학년 여아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40대 여교사가 범행 전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가해 교사인 A(48)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 10일 점심시간 때 학교에서 약 2㎞ 떨어진 한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했다.
나흘 전 A씨가 보인 폭력성향 때문에 그날 오전엔 교육지원청 소속 장학사가 조사 차 다녀갔다. 이 장학사는 자극할 것을 우려해 A씨에 대한 직접 조사는 하지 않았고 학교 측에 A씨의 분리 조치 의견을 제시하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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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초등학생 살해 교사 A씨가 범행 당일인 지난 10일 점심 때 학교에서 2km 떨어진 마트에 들린 뒤 차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한 손에 검은 비닐 봉지가 들려 있다. [TV조선 갈무리] |
이후 A씨는 발 길을 마트로 돌려 흉기를 산 것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살해하고 함께 죽으려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날 TV조선이 공개한 방범 카메라 영상을 보면 차에서 내린 A씨는 회색 코트 주머니에 양 손을 찔러 넣은 채 어디론가 걸어갔다. 5분쯤 뒤 차로 돌아가는 A씨의 한 손에는 검은색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범행 3시간여 전 A씨가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하고 돌아가는 모습이다. A씨가 범행을 미리 준비한 정황이 고스란히 폐쇄회로(CC)TV에 담긴 것이다.
20여 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A씨는 지난해 2학년 학급 담임을 맡았다. 그러나 정신적인 문제로 지난해 12월 초 병직계를 냈고, 이후 한 달도 채 안 돼 같은 달 30일 조기 복직했다. 당시 A씨는 ‘복직하는 데 이상 없다’는 의사 소견서를 증빙 서류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방학 중 복직한 A씨에게 학교는 교과전담 교사를 맡겼다.
이후 A씨는 지난 5일 교내에서 컴퓨터를 부셨고, 지난 6일에는 안부를 묻는 동료 교사의 팔을 꺾고 목을 조르는 등 난동을 부렸다. 혼잣말로 “왜 내가 이렇게 불행해야 하냐”며 중얼거리는 행동을 반복해 주변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학교 측이 대전시교육청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육청은 사건 당일인 10일 오전 장학사를 보내 현장 조사를 한 뒤 학교 측에 A씨를 학생과 분리하라고 권고했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이날 오후 4시 30분쯤 돌봄 수업을 마치고 혼자 나오는 김하늘(8) 양을 “책을 주겠다”며 같은 층에 있는 시청각실로 유인해 살해했다.
유족에 따르면 학원 측으로부터 하늘양이 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은 부모는 하늘양 휴대전화에 깔린 보호 앱을 통해 아이 주변 소리를 청취했다. 오후 4시50분쯤부턴 아이 목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고 늙은 여자가 달리기한 뒤 숨을 헥헥 거리는 듯한 소리, 서랍을 열고 닫는 듯한 소리, 가방 지퍼를 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는 계속해서 앱을 통해 알람을 울리게 했으나 강제로 종료됐다.
경찰관은 학교 옆 아파트에서 신호가 추적되는 것 같다며 아파트를 수색했다. 그러나 하늘양의 시신은 돌봄교실에서 불과 20m 떨어진 시청각실에서 오후 5시 50분께 하늘양의 할머니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하늘 양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손과 목 등을 자해한 A씨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신상 정보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