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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커스엑스의 가상 인간 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한때 광고 싹쓸이 하던 ‘이 여자’ 어디 갔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광고 업계의 새 바람으로 떠오르던 ‘가상 인간’들이 자취를 감췄다. 활동을 중단하거나, 축소한 양상이다. 투자 대비 낮은 성과가 이유로 거론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2023년 잇달아 등장한 가상 인간 인플루언서들의 상당수가 최근 들어 활동을 접은 상태다.
대표적인 가상 인간이 ‘신한라이프’ 광고로 주목 받았던 로커스엑스의 가상 인간 로지다. 지난 2021년 로지가 등장한 신한라이프 유튜브 광고는 공개 20여일 만에 누적 조회수 1000만뷰 이상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로지가 벌어들인 그해 수입도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듬해엔 1년 광고 계약료가 3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024년 10월에 이르면서 두 달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업데이트가 멈췄고, 12월에 5장의 사진 및 영상을 게재한 이후 다시 감감무소식이다. 매달 꾸준히 2개 이상의 게시물을 올렸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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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의 가상 인간 한유아. [인스타그램 캡처] |
최근까지도 인스타그램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스마일게이트의 가상 인간 한유아도 유튜브는 1년 째 활동을 멈춘 상태다. 한국 관광공사가 8억을 투자해 만든 것으로 알려진 가상 인간 여리지도 지난해 4월을 기점으로 인스타그램 등에서 자취를 감췄다.
크래프톤의 가상 인간 애나는 공개적으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해 2월9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재정비 후 돌아오기 위해 인스타그램 여정을 일시 정지 한다”고 밝혔다.
앞서 여러 시장조사 업체들은 앞다투어 가상 인간 시장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 전문 기관인 AMR은 ‘가상인간 시장 분석과 전망, 2021~2031년’ 보고서를 통해 가상인간 시장 규모가 오는 2031년까지 연평균 44.7% 커져 4403억달러(한화 약 639조8879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실제 시장 상황은 리포트와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가상 인간의 잇딴 활동 중단은 수익성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가상 인간이 제품 컬래버레이션 등을 하기 위해선 매번 최신 기술과 전문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투자 대비 수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유튜브 등 동영상의 경우 제작 비용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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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광공사가 만든 가상 인간 여리지. [인스타그램 캡처] |
한편 가상 인간 모델을 전면으로 내세운 활동은 줄어들고 있지만,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가상 직원’, 이른바 ‘AI 에이전트’(대리인) 혹은 ‘AI 비서’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경쟁사로 꼽히는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은 지난해 10월 ‘컴퓨터 유스(USE)’라는 AI 비서를 선보였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11월 AI 에이전트 생성 프로그램인 ‘코파일럿 스튜디오’ 정식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