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日은 피할 수 있다는데…입도 못 떼는 韓정부 [2017년과 달랐다…트럼프2기]

사전 통보 없었던 듯…“대응할 것”
“한국, ‘선물 공세 일본’ 상당한 부담”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의 품목별 관세를 비교하는 표를 들어 보이며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와 이웃 국가가 부과하는 관세가 불공평하다며 상호관세가 아닌 예시를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문혜현 기자] “일본이 (미국과의 사이에서) 문제가 있는 나라와 동일하게 취급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마친 일본이 미국발 관세 전쟁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 후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미국의 신뢰를 얻었음을 표현했다. 실제 회담 결과를 두고 ‘아부 외교’의 정수를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에 맞춘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일본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속내는 착잡하다. 정부는 미국의 조치를 분석하고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교섭에 나설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상외교 공백 속에 무방비 상태로 ‘관세 폭탄’을 그대로 맞게 된 실정이다.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사실상 미국 정부는 한국 측에 관세 조치와 관련한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와 관련해 “확인해봐야 한다”면서도 “(사전 연락을) 받았으면 교섭했텐데, 공유드릴 사항이 있으면 추가로 알려드리겠다”고만 했다.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도 “미국 측 발표에 대한 상세 내용을 분석하고 업계 및 유관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다음 달 12일부터 한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에 대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5% 대폭 인상하는 조처를 단행했다. 외교가에서 나온 ‘관세 전쟁 사정권에는 들었지만 후순위가 될 것’이란 예상이 뒤집힌 것이다.

당장 정부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미일회담에 따른 영향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논의했다. 대통령실도 힘을 보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데 골몰 중이지만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렵다.

일단 이번 주말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하는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첫 대면회담에서 관련 논의를 꺼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만, 다자회의 계기에 열리는 양자회담 특성상 짧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면밀한 협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반면 일본은 비교적 발걸음이 가벼워진 분위기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이 관세전쟁에서 다른나라와 다른 지위를 가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1일 보도된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 명분인 ‘무역 적자’와 관련해서도 “일본의 노력도 있어,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비율은 상당히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도 ‘25% 관세’ 대상에 포함됐지만, 발효까지 한 달의 시간이 남은 만큼 협상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 통화한 뒤 관세 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낸 이시바 총리 또한 본격적인 교섭에 나설 전망이다. 일본은 이번 회담에서 1억 달러 대미 투자, 방위비 2배 증액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아직 미국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못한 우리나라가 제대로 교섭에 나설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일회담 결과에 대해 “미일 동맹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높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가 일본이 미국에게 안긴 선물도 크다”고 평가했다. 일본에 준해 거래 성과를 판단한다면, 후발주자로 트럼프 정부와 거래해야하는 우리의 부담감이 더 클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과 한국을 비슷한 수준에서 보고 있다. 무역 적자도 차이가 크지 않고, 방위비 분담 문제 또한 같이 안고 있다”면서 “미일 정상회담이 한국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우리 정상이 미국과 첫 전화 통화도 하지 못했다는 것은 엄청난 문제”라며 외교 공백을 지적했다.

다만 역으로 후발주자의 이점을 노려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우리가 꼭 일본처럼 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일본처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일본이 어떻게 주고 받는지를 보고 난 다음 전략을 짜도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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