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관광 빌미 돈벌이..日 숙박세, 伊 관광세 확대[함영훈의 멋·맛·쉼]

관광객 줄지 않아, 관광객에 비난 만
일본 숙박세 10개 지역 5% 미만 징수
추가 30곳 검토..베니스 관광세 2배로


일본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특정 인기 관광지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 대책으로, ‘입장 제한’, ‘폐쇄’라는 분명한 수단이 있는데도 세계 유명관광지들이 세금·입장료를 신설하거나 인상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정작 관광객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현지에서 장사를 하지 않는 주민은 관광객 욕만 한다. 출입통제하지 않는 관광지에 발 딛는 것도 죄인가?

인원 통제를 하지 않고 돈만 받으니, 과잉관광 논의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에는 일본과 이탈리아 베니스가 도마에 올랐다.

과잉관광을 근절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전 예약제를 통해 인원을 제한하면 된다. 그러나 일본 전역, 이탈리아 베니스, 스위스의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 지자체는 각각 숙박세, 관광세, 입장료를 징수하거나 더 올리는 방법을 택했다.

이에 비해 필리핀은 과잉관광 우려가 깊은 지역을 아예 폐쇄했다가 환경 개선이 된 후 다시 개방해 대조를 보인다.

12일 한국관광산업 포탈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는 10곳이 숙박 당 일정 금액(숙박금액의 5% 미만)의 숙박세를 받고 있으며, 현재 30곳 가량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12월 현재, 숙박세를 징수하는 곳은 도쿄도, 오사카부, 교토시, 가나자와시, 홋카이도 아부타군 굿찬쵸, 후쿠오카시, 키타큐슈시, 나가사키시, 홋카이도 니세코쵸, 후쿠오카현이다.

이밖에 오키나와현 챠탄쵸·모토부쵸 등 30여곳이 숙박세 도입을 추진중인데, 관광객들의 반발도 커, 일부 지역은 도입을 포기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 베니스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로 세계적인 인기를 모은 스위스 이젤트발트 역시 입촌세를 거둬들여 빈축을 샀다.

일정한 수 이상의 사람을 못들어오게 하면 되지, 1만원 가량의 돈을 받겠다는 것은 과잉관광의 대책이 될 수 없다. 오랜만에 여행을 떠난 관광객들 입장에선, 아름다운 추억을 더해준다면, 1만~10만원은 언제든 기꺼이 쓸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과잉관광” 엄살을 부리면서도 현재 3800만명인 외래객을 6000만명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리고 주민들의 원성이 생기면, 은근히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오버투어리즘의 폐해의 원인이 있는 것처럼 책임을 전가한다.

지난해 4월 7000~8000원 가량의 관광세를 도입한 이탈리아 베니스는 올들어 관광세를 2배로 올리기로 했다.

베니스시 관광당국은 지난해 첫 도입한 관광세 제도가 성공이었다고 말하는데, 관광객 수는 별 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7000~8000원은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이 온다는 이유로 받아놓은 돈들을 어디에 구체적으로 썼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연환경과 주민생활 보호를 위해서는 일정한 인원수 이상이 입장하지 않도록 선착순 예약을 통한 통제가 정답인데, 사람이 와도 좋으니 돈을 내라는 것은 오버투어리즘 폐해의 근절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고, 돈을 더 벌겠다는 속셈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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