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 역성장으로 어려움 가중
업계 “자구 노력 한계 있어, 정책적 지원 절실”
정치권, ‘한국판 IRA’ 법안 발의 등 대책 강구
[쳇GPT 활용해 제작]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 여파로 국내 배터리 3사가 작년 4분기 동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글로벌 점유율까지 뒷걸음질 치는 등 K-배터리 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업계 안팎에서 “국회와 정부의 적극적 정책적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2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의 작년 합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4.7% 줄어든 18.4%를 기록했다. 회사별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3위)이 13.5%에서 10.8%로, SK온(5위)이 4.9%에서 4.4%로 각각 내렸다. 삼성SDI(7위)는 4.7%에서 3.3%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 경쟁사들의 글로벌 점유율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중국 업체 6곳의 합산 점유율은 2023년 63.4%에서 지난해 67.1%로 상승했다.
글로벌 1위 기업 CATL은 배터리 사용량이 257.7GWh에서 339.3GWh로 31.7% 늘고, 점유율도 36.6%에서 37.9%로 올랐다. 2위 BYD 역시 37.5%(153.7GWh) 성장률을 보이며 17.2%의 점유율 차지했다. 이 외에도 CALB는 16.6% 증가한 39.4GWh를 기록하며 SK온과 일본의 파나소닉을 제치고 6위에서 4위에 뛰어올랐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졌던 2020년과 2021년 30%대를 기록한 이후 중국 업체의 성장세에 밀려 줄곧 내리막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 공장·사옥 전경 [각사 제공] |
이러한 시장 구도 변화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4분기 국내 배터리 3사는 사상 처음으로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SK온은 3000억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각각 2000억원 이상 적자를 냈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배터리 3사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든 배경과 관련 “단순히 캐즘 여파로 단정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하이브리드차량 포함)에 탑재된 총 배터리 사용량은 약 894.4GWh로 전년 동기 대비 27.2% 성장했다.
SNE리서치 역시 “중국 기업들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및 유럽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점유율 방어를 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미국(현지 배터리 공장 투자액 30% 보조금 지원)과 중국(30% 투자보조금 및 토지·금융 혜택 등)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앞다퉈 배터리 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책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영업 흑자를 전제로 반도체·배터리 등에 대한 시설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 15%를 적용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사들이 받는 혜택과 비교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로 불리는 세액공제의 직접환급 및 제3자 양도 방식을 제시한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지난달 22일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현행법이 배터리 제조와 같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를 법인세 공제 한 가지 방식으로만 규정하는 것을 직접 현금 환급이나 제3자 양도 방식으로 보완했다.
신영대(왼쪽 여섯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토론회 참석자들이 4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영대의원실 제공] |
배터리 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국가전략기술 지정 시점 이후부터 소급 적용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법안 통과 시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 규모의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전략적 지원을 하는 것과 달리 K-배터리는 높은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적기에 지원을 받지 못해 글로벌 경쟁에서 조금씩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 IRA의 혜택도 장담할 수 없게 돼 정부의 정책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연구단체 이차전지포럼 대표) 주최로 열린 ‘이차전지 배터리 직접환급제 도입 토론회’에서도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승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실장은 “현재 도입 단계에 있는 이차전지 시장 내 기업들은 아직 현금 흐름과 이익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현재의 세액지원 방식은 실효성이 낮다”며 “수출과 생산, 고용 등 파급 효과가 큰 주력 산업인 만큼 실효적 지원이 적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