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젤 없어진 사이드 미러 눈길
![]() |
![]() |
기교와 잡다함을 덜어내고 또 덜어낸다. 그렇게 더는 뺄 수가 없을 때, 남는 것은 본질에 가까워진다. 이른바 ‘미니멀리즘’, 또는 ‘덜어냄의 미학’이라고 부르는 철학이다. 스웨덴 가구브랜드 ‘이케아’는 이런 철학을 접목해 성공한 대표 사례다.
볼보가 3일 국내 시장에 출시한 컴팩트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X30(사진) 역시 북유럽 특유의 미니멀리즘적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불필요한 디자인과 기능을 덜어내고 볼보의 장점을 담백하게 살렸다.
최근 경남 김해시에서 부산과 기장을 거쳐 왕복 약 120㎞를 주행하며 차량의 매력을 살펴봤다. 먼저 운전석에 앉으면 디지털 클러스터(계기반)이 없어 깔끔한 스티어링 휠이 가장 눈에 띈다. 이를 통해 대시보드 정 가운데 위치하는 12.3인치의 큼지막한 세로형 센터디스플레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처음에는 불편할 수 있지만 쉽게 적응이 가능하다.
차량의 좌우 도어도 ‘덜어냄의 미학’이 돋보인다. 양옆 사이드미러는 테두리에서 두꺼운 베젤을 덜어냈고, 사이드 가니쉬나 B필러에 들어가는 눈썹 몰딩도 다른 차량 대비 간결했다. 도어의 트림에 들어가던 차량 스피커도 따로 떼어서 앞 유리 아랫부분 대시보드에 설치했다. 덕분에 레그룸 다리공간이 여유롭고, 도어 수납함에 다양한 짐을 보관하는 것도 수월해졌다. 세계적인 프리미엄 사운드 브랜드인 하만 카돈이 제작한 9개 스피커는 1040W의 출력을 자랑한다.
앞서 내연기관 볼보가 담아냈던 강인한 인상의 두툼한 크롬형 라디에이터그릴도 EX30에선 찾아볼 수 없다.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헤드램프 디자인도 심플하게 바꿨다.
편의기능에서도 간결함이 두드러졌다. 비상지시등 버튼을 포함한 다양한 기능들은 센터디스플레이에 담겼다. 차에서 직접적인 물리버튼은 스티어링휠의 조작버튼과 콘솔박스 위 창문 조절 버튼 정도에서만 찾을 수 있다.
그마저도 스티어링휠에서는 차선유지기능과 크루즈컨트롤 등을 하나의 버튼으로, 창문조작버튼도 두개의 조작버튼(좌우)과 보조버튼(앞뒤 전환)으로 대체한다. 처음 차량을 탄 운전자라면 다소 불편할 수 있다.
반면 기존 기능을 덜어낸 만큼 공간감은 더욱 여유로워졌다. 도어 수납함 외에 센터 콘솔 아래에는 슬라이딩 방식의 수납 상자가 마련돼 가방이나 다른 큰 물건을 놓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차량의 구동장치는 66㎾h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200㎾ 모터를 결합한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를 탑재했다.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3초 수준이다. 지리그룹 산하 제조사가 설계한 배터리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복합 기준 351㎞다. 다만 운전자의 주행 스타일과 도로 사정에 따라서는 400㎞ 이상의 거리도 충분히 주행 가능하다.
직접 타보면 차량의 주행질감은 날렵한 다람쥐같은 느낌이다. 멕퍼슨 서스펜션(앞)과 멀티링크 코일 스프링(뒤)이 조합된 서스펜션은 큰 충격을 잡아주면서도 살짝 가벼운듯했다.
실제로 이날 영하 8도의 날씨에서 진행된 시승에서도 편도 약 60㎞를 주행하는데 배터리가 12%가량만 소모됐다. 전비를 기준으로는 복합 4.8㎞/㎾h수준이다.
차량은 컴팩트형 SUV 특유의 아담한 사이즈를 자랑한다. 전장은 4235㎜, 전폭은 1840㎜, 전고는 1555㎜에 휠베이스는 2650㎜다. 트렁크는 318ℓ 크기로 아주 넉넉한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볼보가 여러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낸 덕에 2열에 앉았을 때는 크게 불편함이 없고, 2열을 폴딩할 경우 수납공간은 1000ℓ까지 늘어날 수 있다.
EX30은 도심 주행이 잦은 신혼부부나 전기차를 선호하는 2030세대 소비자에게 탁월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