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외화파생상품거래 손실 9050억

강달러 탓, 9곳 통화선도계약 손실


상장사들이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외화 파생상품 손실을 겪고 있다. 환 리스크 헤지(hedge·위험회피)를 위해 맺은 통화선도계약이 강달러에 따른 원화 가치 폭락으로 이어져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통화선도거래에 따른 파생상품거래손실을 공시한 상장사는 LS, 삼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등 9곳(코스피 4곳·코스닥 5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공시가 하나도 없었지만 올해 급증했다. 손실 총합은 9050억원으로 삼성중공업(평가손실 6245억원)이 가장 컸다.

하림은 전날 통화선도거래 등에 따라 지난해 192억원(자기자본의 6.65%) 파생상품 거래손실이 발생했다고 알렸다. “환율 변동위험을 회피하고자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했지만, 환율 급등으로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LS도 자회사 LS일렉트릭이 통화선도 및 선물거래로 지난해 909억원(자기자본의 5.27%)의 평가손실을 공시했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변동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맺은 통화선도거래에서 환율급등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면서다.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장사의 경우 손실 규모도 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출비중이 99%에 달하는 삼성중공업은 통화선도거래에 따라 6245억원(자기자본의 18.32%)의 파생상품 평가손실을 공시했다. 매출의 70%가량이 수출인 HD현대일렉트릭도 392억원의 통화선도거래 손실을 알렸다. 삼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 주가는 공시 다음날 각각 -3.36%, -2.61% 하락 마감했다.

통화선도는 환 헤지를 위해 미리 약정한 가격으로 미래 시점에 특정 통화를 매매하기로 하는 계약이다. 외화로 받는 수출 대금 비중이 높은 기업은 판매 계약을 맺는 시점과 판매 대금이 입금되는 시점 사이 환율 변동을 헤지하기 이를 체결한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작년에 대부분 증권사나 IB(투자은행)들이 1200원~1320원을 이야기했는데 트럼프 당선과 계엄 사태로 (환율이)터져버렸다”고 했다.

공시한 상장사 대부분은 아직 평가 손익에 해당한다. 선도계약 만기가 다가오지 않아 장부상으로만 발생한 손실인 셈이다. LS와 비에이치 등은 “현금 유출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밝힌 이유다. 환율 변동에 따라 다시 평가액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거래 손익으로 잡히면 실제 자금 유출로 인해 현금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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