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6년 전엔 하원서 폐기…트럼프, 이번엔 어떻게 적용하나 [트럼프發 관세전쟁]

2019년 美보수 싱크탱크 “자해적 고통”
대선 공약집 “미국 절대적 부 얻게될 것”
美공화 지난달 상호무역법 개정안 발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관세 부과 대상 국가와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1기였던 2019년에도 관련 내용을 담은 ‘트럼프 상호무역법’을 추진했다가 보수 진영에서도 철저히 외면받은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내밀지 주목된다.

▶1930년대에 끝난 상호관세, 어떻게?=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혹은 다음날인 12일 중에 상호 관세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상호관세) 효력은 발표 거의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 관세란 무역하는 국가끼리 서로 같거나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A국가가 100% 관세를 부과하면 A국가와 무역하는 B국가도 동일한 비율의 관세를 매기는 식이다.

미국에서 상호관세는 생소한 개념은 아니지만 오래전 실패한 정책으로 꼽힌다. 과거 1930년대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던 시절 미국은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스무트-홀리법(Smoot-Hawley Tariff Act)’에 상호관세를 포함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스무트 홀리법은 세계 각국에 보호무역을 초래하고, 미국의 대공황을 악화했다는 평가를 받는 법안이다.

트럼프가 추진한 다른 관세와 달리 상호관세에 대한 법적 근거는 무엇인지 아직 공개된 바 없다. 전날 발표된 철강 및 알루미늄 25% 관세는 무역확장법 232조, 맥시코·캐나다 및 중국에 대한 관세 조치는 국가비상상태를 담은 국제긴급경제권한법에 근거했다.

최근 공화당에서 ‘트럼프 상호무역법’을 추진했지만 지난달에야 국회에 제출된 상황이다. 라일리 무어 공화당 하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2019년 상호무역법을 일부 수정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무어 의원은 법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안보를 강화하도록 돕고, 미국의 무역적자를 결정적으로 줄이는 데 필요한 권한을 부여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권한 동원땐 의회 무시한 또다른 시도”=따라서 이번 발표에는 어떤 이유로 상호 관세가 부과될 지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 등) 자신의 권한을 동원해 상호 관세 제도를 시행한다면, (대통령이) 의회를 무시하는 또 다른 시도가 될 것”이라며 “관세로 손해를 입은 기업들의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추진했다 외면당한 전적도 있다. 2019년 1기 행정부 시절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 의원들을 동원해 ‘미국 상호무역법’(United States Reciprocal Trade Act)을 제출했다.

해당 법안은 당시 숀 더피 공화당 하원의원이 대표로 제안했다. 더피 의원은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 교통부 장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로 분류되는 인물다. 그가 제안한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은 미국 수출 상품에 대한 상대국 관세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협상 권한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대통령은 수입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비단 관세율 차이뿐 아니라 미국 상품을 상대로 다른 비관세 무역 제한 조치가 확인될 경우 상호 관세로 보복할 수 있도록 했다.

▶美보수 싱크탱크도 “상호 관세는 자해적 고통”=당시 법안은 하원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보수 진영에서조차 비판받았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 싱크탱크인 헤리지티 재단은 2019년 ‘상호관세는 왜 좋은 생각이 아닌가’라는 보고서에서 “상호무역법은 모든 미국인이 국제 무역에서 이익을 얻기 때문에 불필요하고 자해적인 고통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해당 보고서는 “미국의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 실제로 비용을 치르는 것은 미국인이고, 따라서 보복을 당하는 것도 미국인이다”이라며 상호관세가 미국인에게 그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인과 미국 기업 모두의 성장을 저해하고 번영을 감소시킬 것이 확실하다”며 “미국에 해로운 비용을 인상하도록 유도할 뿐, 관세를 인하하도록 유도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상호관세를 또다시 꺼내들었다. 트럼프 캠프의 대선 공약집 ‘어젠다47’에서 상호 관세 개념을 포괄하는 일명 ‘트럼프 상호무역법’이 소개된 것이다. 공약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에 따라 다른 나라들은 미국에 대한 관세를 없애거나 수천억 달러를 내는 두 가지 선택지를 갖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절대적인 부를 얻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를 비롯해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 및 기타 제품에 대한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재차 밝혔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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