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57년만에 90만명대로

역대 최악 치달은 건설업 경기에
한 달에 하루 일하는 사례 속출
건설업 취업자 수도 5만명 감소
“금리부담 낮춰 내수 위기타개를”



건설업 경기가 역대 최악으로 침체되면서 관련 고용 지표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공사 현장이 사라지면서 일용직 근로자 수는 57년 만에 처음으로 90만명대에 진입했고, 건설업 취업자 수도 5만명 가깝게 사라졌다.

올해에도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건설산업 생태계의 가장 밑단인 일용직 근로자수 급감은 그만큼 건설경기가 최후방까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경기 불황 여파가 연쇄적으로 작용하며 생업 전선까지 직격탄을 받은 것이다. 쌓이는 미분양과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건설업계 중심으로 자금조달 부담까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을 통한 내수 위기 타개가 더욱 절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22면

1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일용근로자 취업자 수는 92만명으로 전년 대비 12만2000명 감소했다. 일용직 근로자 수가 90만명대까지 낮아진 건 1967년(94만3000명) 이후 57년 만에 처음이다. 감소 폭도 12만2000명으로 2012년 12만7000명 이후 12년 만에 가장 컸다.

일용직 근로자 수는 2002년(243만6000명) 정점을 기록한 뒤, 우리나라 노동체계가 선진화하면서 점차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감소 폭은 이를 고려해도 매우 크다는 평가다. 건설업 경기 악화로 공사 현장이 사라지면서 일감 절벽이 현실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건설업 관련 취업자 수도 크게 줄었다. 2024년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6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4만9000명 감소했다. 201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뒤 이 정도로 건설업 관련 취업자 수가 줄어든 적이 없었다. 사업성이 악화하면서 인건비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건설업은 최근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건설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보다 2포인트 하락한 52에 그쳤다. 전산업 기준 BSI와 비교해도 12포인트나 더 낮다. 기준선(100)에는 48포인트나 미달했다.

건설업 기업경기는 지난해 내내 부진했다. 2024년 1월(58) 처음 50대로 내려간 뒤 단 한 번도 60대를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48)과 10월(47), 11월(49)엔 40대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난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내 건설투자 증가율은 2023년 1.5%에서 -2.7%로 감소 전환했다. 건설투자는 건설업 경기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나 착공을 반영한다. 즉, 건설투자 감소는 미래에도 건설업 경기가 회복되기 어렵단 의미를 내포한다.

올해에도 상황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 건설투자가 1.3%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초 0.7% 감소 전망에서 더 후퇴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앞서 “건설투자는 선행 지표인 수주나 착공이 부진한 가운데 12월 신규 분양 실적이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건설경기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건설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가운데 올해에도 관련 일자리는 감소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1월 말 기준 건설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75만4000명으로, 종합건설업 중심으로 18개월 연속 줄었다. 지방 중심으로 미분양이 대거 쌓이며 작년 4분기 경남 등 지방은 초기 분양률이 2.9%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제 위기는 지금 내수에서 시작되고 있다”며 “특히 건설업이 매우 어려운데, 지금과 같은 높은 금리 상황이 계속되면 줄도산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내수를 좀 부양하려는 시도가 필요했는데, 그걸 못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빠르게 금리를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하반기엔 제2차 추가경정예산과 기준금리 인하 등 재정과 통화정책 모두 긴축 기조에서 확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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