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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초등학생 김하늘 양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12일 오전 한 시민이 추모의 의미로 국화꽃을 놓아두고 있다. 학교 정문에는 시민들이 붙여놓은 쪽지와 꽃, 인형, 선물들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연합]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1학년 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범죄 전문가들이 ‘계획 범죄’라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범행 동기가 ‘우울증 때문’이라는 데에는 모두 선을 그었다. 직접적인 원인이나 다른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교사가 제자를 상대로 범행한 데 대해 “자신이 가장 범행하기 쉬운 대상”이라며 “자기가 마음대로 유인해서 계획한 대로 사람이 전혀 없는 곳에 데려가서 하고 싶은 공격 행동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가장 어리고 약한 대상을 고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울증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데 대해 “우울증은 수많은 분들이 겪는 질환이고 의사 지시에 따라 잘 복약하면 호전도가 높다”며 “이번 경우는 우울증이 어느 정도 영향 요인은 될 수 있지만, (우울증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병이 아니라 개인의 성격과 개인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사는 이전에 여러 차례 공격성과 폭력성을 드러냈다”며 “자기 스스로가 선택을 한 것이지, 무슨 병이나 흥분에 휩싸여서 감정적으로 행동한 게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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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한 장례식장에 대전 초등학교 살인사건 피해자인 김하늘(8) 양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유족 측은 “다시는 제2의 하늘이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이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 |
표 소장은 “이 교사는 어떤 이유인지는 공격성과 폭력성이 대단히 강하다. 그런 부분들이 결국 이 범행으로 이끈 상당히 직접적 요인”이라며 “저변에 깔린 가정 내 불화나 자기 처지를 비관하고 남을 공격하고 세상을 비관하고 다른 사람들을 적대시하게 만든 어떤 영향 요인들이 또 있을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여교사가 사전에 흉기를 구매한 점을 들어 “범행 계획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대단히 크다”며 “본인 스스로 그러한 잔인한 행동을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어떤 욕구가 있었다…준비한 흉기로 지나칠 정도로 잔혹하게 여러 차례 그런 공격을 했다는 것은 가학적 욕구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교수(경찰행정학과)도 여교사가 범죄를 계획했다는 데 동의했다.
오 교수는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사건이 교사가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하고 난 이후에 3시간 만인 10일 오후 4시 30분에서 5시 사이에 발생이 됐다”며 “피해자에게 ‘책을 주겠다’고 유인한 걸 보면 아주 전형적인 계획 범죄”라고 밝혔다. 흉기를 사겠다고 차를 타고 나간 것이 “그 사람의 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도 짚었다.
그는 “사건 당일 (여교사에게)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본인이 (과거에) 한 여러 행동으로 해서 이날 오전 장학사가 학교에 파견이 되고, 피해 동료 교사에게 사과를 시키거나…교감 옆자리에서 근무를 시킨다든가 이런 것들이 본인의 화를 상당히 많이 돋우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이어 “자신을 어떻게 보면 곤경에 빠뜨렸다고 생각을 하는 학교 당국이나 교감·장학사 등이 전부 다 분노의 대상인데, 이 아이를 공격한 것은 학교에 대한 분노 표출에 있어서 상징적 의미로 선택을 한 것 아닌가 싶다”며 “‘내가 만약에 아이를 살해하게 되면 학교에서 엄청나게 충격을 받을 것이다’라는 그런 생각 하에서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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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초등생 1학년 여아가 살해당한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2층 시청각실에 커튼이 처져 있다. [연합] |
오 교수는 여교사의 우울증에 대해서도 “많은 현대인이 우울증을 잘 극복하고 있다. 그래서 단순히 범행을 우울증 하나로 몰고 가기에는 너무 무리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교사의 여러 가지 처해 있는 상황적인 요인까지 포함해야 될 것”이라며 “자기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찾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은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살해 혐의를 받는 여교사는 범행 후 피해자인 김하늘(8)양을 찾으러 온 할머니를 학교 2층 시청각실 창고에서 마주쳤으나 행방을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고선 범행 장소에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고 문을 잠근 것으로 파악됐다.
여교사는 체포 후 범행을 시인하며 “복직 후 3일 만에 짜증이 났다. 교감이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며 “돌봄교실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갈 때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을 생각으로 맨 마지막 아이에게 책을 준다고 해 시청각실로 들어오게 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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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초등학생 김하늘 양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 12일 오전 시민들이 붙여놓은 쪽지와 꽃, 인형, 선물들이 가득 차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