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연금개혁엔 공감대…정치개혁엔 與 개헌 vs 野 국민소환제 [이런정치]

與 “추경 반대 않는다” 野 “특정 항목 고집 않겠다”
모수개혁부터 논의도 합의…연금개혁 특위 구성 관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 (임시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이틀간 진행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연금개혁 등에서 공감대를 이루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밀린 민생·경제 현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다만 ‘각론’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어 향후 구체적 논의를 통한 접점을 마련하는 일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0~11일 각각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추경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민생과 경제회복을 위해 최소 30조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도 “내수회복, 취약계층 지원, AI를 비롯한 산업·통상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경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생 경제 회복이 최우선 과제라는 데 공감대가 모이면서 여야는 추경 사용처와 시기에서도 한발씩 물러났다. 이 대표는 “추경 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선을 긋는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내려놓을 것을 재강조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도 “추경 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공식화했다. 상반기에는 본예산 조기 집행에 집중하겠다던 기존 태도에서 보다 전향적인 변화다. 한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1분기는 지나야 추경을 할 수 있다는 기조가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금개혁도 “핵심 국정과제”(권성동)이자 “당장 할 수 있는 것”(이재명)이라고 각각 강조한 부분이다.

이 대표는 “만시지탄이지만 국민의힘이 모수개혁을 먼저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더 이상 불가능한 조건을 붙이지 말고 시급한 모수개혁부터 매듭 짓자”고 말했다. 모수개혁은 국민연금에서 내는 돈(보험료율) 대비 돌려받을 돈(소득대체율)의 비율의 조정이다. 여야는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45%에서 협상 중이다.

권 원내대표는 “여야가 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한다면 국민의힘은 모수개혁부터 논의하는 것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모수개혁부터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인데, 구조개혁이 뒤따라야 하는 만큼 상임위가 아니라 특위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여야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문제점이 강조되고 있는 현 정치체제에 대해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87년 체제’ 자체에 결함이 있는 만큼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 과도한 권력을 덜어내자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은 분권형 개헌, 야당은 국민소환제를 각각 대안으로 제시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면 여야의 경쟁은 사생결단이 된다”며 “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하면 대통령의 실패가 야당 잡권의 길이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 주권 의지가 일상적으로 국정에 반영되도록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국민소환제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공직자를 유권자들이 투표로 해임할 수 있는 제도다.

정치개혁 분야의 경우 시각 차가 큰 만큼 당장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와 인터뷰에서 “개헌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 지금은 국가의 리더십이 직무 정지된 상태인데 이 리더십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시기”라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곧바로 개헌 논의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소환제가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대여 투쟁은 물론 민주당 내 ‘비명계’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을 수 있다”고 했다.

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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