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외교 시야에 한국은 없다? [트럼프2기 한미동맹 현주소 上]

최 대행, 트럼프와 통화 미지수

트럼프 ‘한국패싱’ 가시화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출범 후 ‘광폭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상외교 공백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권한대행 체제를 겪었지만 이번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시급히 처리해야할 현안이 훨씬 많아진데다 한국의 두 번째 대행체제를 맞이한다는 점에서 더욱 여유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야에서 한국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언제 통화를 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실정이다.

11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한미관계에 대해 “정상외교를 제외하면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권한대행의 통화 여부로 한미관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앞 다퉈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줄을 대고 있는 마당에 우리만 통화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강영규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10일 최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 일정과 관련 “외교부를 통해 오퍼를 넣어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결국 미국 측으로부터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한미 정상회담은 더욱 요원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1·2기 출범을 모두 권한대행 체제로 맞닥뜨렸다. 정부는 정상외교 부재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기 때보다 ‘한국패싱’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 10일 만에 통화했던 것만 봐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비교적 빠르게 성사됐던 한미정상회담도 지금으로선 낙관하기 어렵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지금은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정치 상황이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미국 입장에서 누구랑 이야기를 해야할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 미국의 상황 자체가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통해 미국 측에 우리의 입장을 최대한 전달하고 소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 때는 첫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를 본격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후보자 시절부터 대놓고 방위비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등 압박을 한층 노골화하고 있다.

한국의 권한대행 체제를 이미 경험한 만큼 압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등 ‘관세전쟁’을 전면화하면서 우리나라의 부담도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이웃 나라 일본이 대미외교에서 앞서나간 점도 부담이다. 일본은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1억 달러 대미투자, 방위비 2배 증액 등 대대적인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우리나라가 짊어져야 할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정치 혼란이 어떻게 수습되는지 지켜보면서 소위 ‘강펀치’를 날릴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선 적절한 시기에 미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사안들을 밀어부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 등에 대한 견고한 입장을 확인하고 있는 만큼 정상외교 공백은 크지 않다며 ‘표정관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다양한 의제와 이슈를 선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광폭행보를 따라잡기 벅차 보인다. 특히 북미회담이 조기에 열릴 경우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련 “대부분의 사람은 그와 대화조차 못했을 것”이라며 “나는 그 누구보다도 김정은을 잘 안다”고 했다.

다시 한번 김 위원장과 대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건 제한적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오는 14~16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리는 연례 국제안보포럼인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다. 조 장관은 MSC 계기에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처음으로 대면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서정은·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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