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추진했다 보수 진영도 비판
대선 후보시절부터 상호관세 언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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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의 품목별 관세를 비교하는 표를 들고 설명하는 사진. 표에는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와 이웃 국가가 부과하는 관세가 다른, 상호관세가 아닌 예시가 담겼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년 전 도입에 실패한 상호관세를 집권 2기에 본격화하면서 관세 부과 방식을 두고 관심을 쏠리고 있다. 트럼프 1기였던 2019년 공화당과 함께 상호무역법을 추진했던 그는 보수 진영에서도 철저히 외면받았다. 지난달 공화당에서 다시 ‘트럼프 상호무역법’을 의회에 제출한 상황이라 어떤 법에 근거해 관세가 적용될지 여전히 미지수다.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11일이나 12일 중에 매우 상세한 ‘상호 관세’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그 효력은 거의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 관세란 무역하는 국가끼리 서로 같거나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A 국가가 100% 관세를 부과하면 A국가와 무역하는 B국가도 동일한 비율의 관세를 매기는 식이다.
미국에서 상호관세는 생소한 개념은 아니지만 오래전 실패한 정책으로 꼽힌다. 과거 1930년대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던 시절 미국은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스무트-홀리법(Smoot-Hawley Tariff Act)’에 상호관세를 포함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스무트 홀리법은 세계 각국에 보호무역이 번졌고 대공황을 더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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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성파 인사로 분류되는 그는 2019년 미국 하원의원 시절 상호관세를 담은 ‘트럼프 상호무역법’을 미국 의회에 제출했다. [AFP] |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부터 꾸준히 상호관세를 추진했으나 실제로 정책이 성사되진 않았다. 2019년 1기 행정부 시절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 의원들을 동원해 ‘미국 상호무역법’(United States Reciprocal Trade Act)을 제출했다.
해당 법안은 당시 숀 더피 공화당 하원의원이 대표로 제안했다. 더피 의원은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 교통부 장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로 분류되는 인물다. 그가 제안한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은 미국 수출 상품에 대한 상대국 관세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협상 권한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대통령은 수입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비단 관세율 차이뿐 아니라 미국 상품을 상대로 다른 비관세 무역 제한 조치가 확인될 경우 상호 관세로 보복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법안은 하원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보수 진영에서조차 비판받았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 싱크탱크인 헤리지티 재단은 2019년 ‘상호관세는 왜 좋은 생각이 아닌가’라는 보고서에서 “상호무역법은 모든 미국인이 국제 무역에서 이익을 얻기 때문에 불필요하고 자초하는 고통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해당 보고서는 “미국의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 실제로 비용을 치르는 것은 미국인이고, 따라서 보복을 당하는 것도 미국인이다”이라며 상호관세가 미국인에게 그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인과 미국 기업 모두의 성장을 저해하고 번영을 감소시킬 것이 확실하다”며 “미국에 해로운 비용을 인상하도록 유도할 뿐, 관세를 인하하도록 유도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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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을 준비하면서 상호관세 카드를 또다시 꺼내들었다. 트럼프 캠프의 대선 공약집 ‘어젠다47’은 상호 관세 개념을 포괄하는 일명 ‘트럼프 상호무역법’을 소개하고 있다. 공약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에 따라 다른 나라들은 미국에 대한 관세를 없애거나 수천억 달러를 내는 두 가지 선택지를 갖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절대적인 부를 얻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 공화당은 곧바로 ‘트럼프 상호무역법’을 추진했다. 라일리 무어 공화당 하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2019년 상호무역법을 일부 수정 부활시킨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무어 의원은 법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안보를 강화하도록 돕고, 미국의 무역적자를 결정적으로 줄이는 데 필요한 권한을 부여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미국 의회에서도 논의 초기 단계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상호 관세를 부과할지 미지수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상호 관세 제도를 시행한다면, (대통령이) 의회를 무시하는 또 다른 시도가 될 것”이라며 “관세로 손해를 입은 기업들의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